오바마 대통령은 7일 낮(이하 현지시간)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쫑 서기장을 만나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 원수 또는 정부 수반이 아닌 인사를 오벌 오피스에서 만난 것은 파격적인 의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회동은 과거 전쟁을 치른 당사자로서 상징적으로 '화해'하는 차원을 넘어, 경제와 안보면에서 실질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경제협력 측면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집권2기 역점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동남아 신흥시장인 베트남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베트남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역내 거대시장에 대한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다.
두 나라 안보협력에 있어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중요한 고리다. 인공섬을 건설해가며 남중국해에서 패권 확장을 기도하는 중국이 양국에게는 '공공의 적'이 돼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이 같은 경제·안보협력은 미국이 동맹·우방국들과 함께 모색하는 대(對) 중국 견제 구도의 구축이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동에 대해 "사이공이 함락된 지 40년이 흐른 후,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어려운 베트남과의 관계를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 후 "양국 사이의 힘든 역사가 상호 경제적·안보적 이해에 근거한 관계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쫑 서기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에서 친구로 변모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쫑 서기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베트남 공식 방문 초청장을 전달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베트남 방문을 고대한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