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유럽 당국이 뱅크런 사태를 우려해 은행 영업을 중단시키고 자본 통제에 들어간 후 경제 활동이 거의 정지했다. 그리스 국민의 삶도 휘청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콘스탄틴 미칼로스 그리스 상공회의소 회장은 “은행에 현금이 떨어져 가고 있다”며 “그리스 은행의 현금보유액이 5억유로(6225억원)까지 줄었다는 사실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미칼로스 회장은 “은행 영업 중단이 끝난 이후인 오는 7일에도 은행 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면서 “문을 열면 1시간도 안 돼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금이 묶여있다 보니 소비도 급감했다. 그리스상업연합회의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영국 가디언에 “소비가 70% 떨어졌다”며 “서로 아무도 믿지 않고 도소매 간 거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기업들은 은행 영업중단으로 대금을 지급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리스 유력 일간지 타네아는 발행 지면을 줄였다. 은행이 문을 닫아 종이를 새로 사 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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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곳곳이 직원에게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5일까지 강제휴가를 가도록 했다. 규모가 있는 여러 기업에서 월급을 주지 않는 일마저 생겼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맞은 여행업계에도 불황에 빠졌다. 그리스행 항공편과 여행예약이 40% 줄었다. 미국 여행사들이 입금을 대거 취소하면서 호텔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대중교통도 연료 절감을 위해 운행이 감축됐다. 미칼로스 회장은 “그리스 업계 전체가 아무것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고, 원료 없이는 자체 생산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슈퍼마켓에서는 시민의 식품 사재기가 이어졌다. FT는 컨설팅업체 매크로폴리스의 마노스 기아쿠미스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재고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에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들이고 운전자들은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있다”며 “그리스의 슈퍼마켓과 주유소는 단기간에 매출이 확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의 군트람 볼프 소장은 FT에 “자본 규제 조치를 오래 유지하면 할수록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