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시장이 대중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과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수입차시장이 커진 데에는 디젤의 인기가 절대적이었다. 시장을 오픈했는데 승용 디젤의 인기가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던 거다. 독일차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의 ‘독일차 찬양’은 공통된 현상이다.
▲나윤석 칼럼니스트=폭스바겐 코리아에 근무할 때 ‘언제쯤이면 우리도 일본처럼 폭스바겐 브랜드가 1등을 할까’를 연구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 시기를 ‘골프를 사는 게 자연스러울 때’라고 봤고, 7세대 골프가 상륙할 때로 예측했다.
▲나=폭스바겐이 갑자기 성장하게 된 계기는 골프와 디젤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푸조가 디젤 승용차를 한국에 먼저 내놨지만 폭스바겐이 불을 붙였고, BMW가 디젤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더욱 커졌다. 사람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그걸 정당화하는 이유만 주면 된다. 폭스바겐이 그걸 해낸 거다.
-디젤이 흥행의 이유라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디젤을 내놨을 때는 왜 히트하지 않았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수입차가 아무리 상승세를 보여도 국산차가 방어를 잘했다면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거 같다.
▲류청희 칼럼니스트=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국산차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론은 그걸 인정하기 싫은 거다. 수입차 판매가 늘었다고는 해도, 그걸 경험으로 아는 이들은 적다. 아직도 수입차에 대한 환상이 있다는 얘기다.
▲나=수입차 상승세의 이유 중 하나는 ‘유예할부’다. 국산차는 ‘유예리스’는 있어도 ‘유예할부’는 거의 없다. 과거 법인판매가 많았다고 하지만 실은 법인 이름으로 구입해서 개인이 타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개인이 사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폭스바겐은 입문용 수입차라 할 수 있는데, 수입차 판매가 어느 궤도에 올라선 지금도 인기가 높은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나=사실 입문용 수입차의 역할을 일본차가 해줘야 하는데 일본차가 지금 그걸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폭스바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판매가 급증할 경우 고객들은 서비스 때문에 애를 먹는다.
-수입차의 서비스에 대해 말이 많은데도 판매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
-그렇다면 수입차를 대신할 국산차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고=결국 소비를 가르는 건 TCO(total cost of ownership, 총 유지비용)가 될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 엄청 까다롭기 때문에 TCO가 안 맞으면 수입차 구매를 안 할 것이다. 아직은 수입차에 대한 황홀경에 빠져 있다고 본다. 문제는 C 세그먼트(현대 아반떼 급 준중형차)다. 이 시장을 수입차가 장악하면 끝이다.
현대차는 디젤을 구입하려는 이들을 분석할 때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상황에서 TCO를 따져볼 경우 폭스바겐 골프까지가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차였다. 현대차가 쏘나타 디젤보다 그랜저 디젤을 먼저 내놓은 것도 수입차에 대항하기 위함이었다.
▲나=미니(MINI)의 경우 B 세그먼트 차인데, 가격으로 보면 B 세그먼트 차가 아니다. 폭스바겐 폴로가 거기에 해당하는 차인데, 내가 생각하는 시기보다 빨리 들어왔다. 그래서 7세대 골프에 묻혀버렸다.
-주제를 바꿔보자. 기사를 보면 현대기아차에 대한 악플이 항상 달린다. 심지어 아무 상관 없는 수입차에도 달리는데 그 이유는 뭔가.
▲고=내가 알기론 BMW 7시리즈, 아우디 A8 타는 이들은 그런 댓글을 안 단다. 수입차의 실제 구매층하고 댓글 다는 이들이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국내 여론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돌을 맞고 있지만, ‘BRICs’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는 우리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도 놓치고 있는 시장이다.
▲나=유럽 기업도 제 3세계에 진출할 때 현대기아차 분석을 많이 한다. 폴로 글로벌도 그렇게 탄생한 차다.
-마지막으로, 수입차와 현대기아차의 경쟁은 어떻게 펼쳐질 것으로 보나.
▲나=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70%가 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본다. 앞으로는 시장이 더욱 다변화될 것이다.
▲류=조만간 시장에서 큰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그런 일이 있다면 아마도 수입차 파이낸셜 서비스 쪽일 것이다. 담보 물건들이 쌓여 있고 본사와 교차 물건들이 많다. 딜러들이 힘들어 하는데 이들의 저항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류=영국과 이탈리아처럼 자국 메이커가 무너진 케이스가 있지만, 그들은 차를 형편없이 만들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고=현대차가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했는데, 제네시스 아래급 모델부터는 본격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다. 섣불리 ‘럭셔리’를 주장했다면 혼다의 ‘어큐라’ 같은 꼴이 났다. 현대가 아직 럭셔리 브랜드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