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기업에 최고경영자 자리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업의 경영 능력은 세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능력입니다." 라인하르트 진칸 밀레 공동회장의 말이다.
30일 서울 역삼동 밀레코리아 사옥에선 독일 프리미엄 가전 밀레의 공동회장 마르쿠스 밀레와 라인하르트 진칸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지사 '밀레코리아' 창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1899년 설립된 밀레는 공동 창업자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번갈아 가며 4대째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두 가문이 회사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 밀레 가문이 지분 51%, 경영 부문을 담당하는 진칸 가문이 49%를 소유하고 있다.
두 가문은 공동경영을 해 온 116년간 한 번도 경영권 다툼이 없었다. 이에 대해 진칸 회장은 두 가문을 '이혼할 수 없는 부부'에 빗댔다.
진칸 회장은 "두 가문은 이혼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 했고, 그 첫 번째 비결은 존중하는 마인드"라면서 "제안을 하면 반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라고 하면 권력 쟁탈을 떠올리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면서 "함께하는 것이 더 즐겁고 즐겁기 때문에 다음 세대까지 넘겨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레는 두 가문 중 한 가문이 기술 부문과 경영 부문의 독점을 막기 위해 한 세대를 거칠 때마다 각 대표를 번갈아 가면서 맡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후계자가 되기 위해선 치열한 양 가문의 경쟁자들 사이에서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마르쿠스 밀레 회장은 "가문 안에서 후계자가 되려는 사람이 많은데 후계자가 되기 위해선 전통적으로 능력과 자질, 노력 등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헤드헌터를 동원해 공평한 평가를 받고, 밀레가 아닌 다른 기업들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추는 것이 전통이다"고 전했다.
진칸 회장은 "독일에 가업 승계 지원책이 있지만 이런 혜택을 받은 것은 근 10년밖에 안된다"면서 "가업 승계가 가능했던 것은 정부 혜택 보단 자체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밀레는 한국 시장에서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과 같은 독일 수입차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 규모로 가전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는 "밀레 코리아를 만들었을 때 상위 5% 층은 돼야 밀레 제품을 쓸 수 있었는데 최근 삼성과 LG에서 제품을 고급화 시키면서 우리도 소비자층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현재 한국 시장에서 독일차 점유율이 17% 가량이 되는데 전체 수입 가전도 그 정도로 가도 좋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밀레 회장은 “밀레는 전 세계 47개 해외 법인을 가지고 있다”면서 “독일에서 올리는 매출 30%를 제외한 나머지를 해외 법인을 통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시장 비중이 늘고 있고, 아시아 시장은 역동적 시장이라고 평가한다"며 "특히 한국은 특히 기술과 품질,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데 이것은 밀레 본사가 중시하는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