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역사적 결정을 주도적으로 끌어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케네디 대법관은 찬반이 팽팽히 맞선 이번 결정에서 캐스팅보트 역을 자처하며 동성 커플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보수적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지명한 중도적 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전날에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의 정부 보조금이 위헌이 아니라며 결과적으로 버락 오바마 진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곧바로 미국을 세계에서 21번째 동성결혼 허용국가로 만드는 진보적 결정을 주도했다.
특히 케네디 대법관은 동성 결혼이 헌법적 권리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수정헌법 14조(평등권)는 각 주(州)가 동성 결혼을 허용할 것과 동성 간 결혼이 자신들이 사는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라도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동성 커플들의 희망은 비난 속에서 외롭게 살거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의 하나로부터 배제되는 게 아니라 법 앞에서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며 “결혼은 수천 년간 문명사회에 존재했던 제도이지만 과거가 현재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이어 “결혼의 지속적 결합을 통해 두 사람은 함께 친밀감이나 영성과 같은 자유를 찾을 수 있다”면서 “이는 성적 취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결혼이 이성 부부가 낳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 “각 주가 게이와 레즈비언이 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들 역시 안정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배격했다.
앞서 케네디 대법원은 2013년 연방정부가 부부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동성 커플은 받지 못하도록 한 결혼보호법(DOMA·1996년) 위헌 결정문도 직접 썼다.
그는 “결혼보호법은 동성 커플들이 양육하는 수십만 명의 자녀들에게 굴욕감을 주며, 사회의 시선 속에서 어떤 종류의 결혼을 비하한다”고 지적해 추후 하급법원들이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놓는 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