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성 결혼 합법화 주도 케네디 대법관…레이건 前 대통령 지명

2015-06-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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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결혼보호법(DOMA) 위헌 판단…동성결혼 합법화 길 열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모습. [사진= 백악관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역사적 결정을 주도적으로 끌어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케네디 대법관은 찬반이 팽팽히 맞선 이번 결정에서 캐스팅보트 역을 자처하며 동성 커플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보수적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지명한 중도적 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전날에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의 정부 보조금이 위헌이 아니라며 결과적으로 버락 오바마 진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곧바로 미국을 세계에서 21번째 동성결혼 허용국가로 만드는 진보적 결정을 주도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문에서 “동성커플 남녀가 사랑·신의·헌신·희생·가족 등 결혼의 이상을 경시한다고 하는 것은 오해”라며 “그들은 그것을 존중하며, 매우 존중한 나머지 그들 자신을 위해 결혼을 실현하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케네디 대법관은 동성 결혼이 헌법적 권리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수정헌법 14조(평등권)는 각 주(州)가 동성 결혼을 허용할 것과 동성 간 결혼이 자신들이 사는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라도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동성 커플들의 희망은 비난 속에서 외롭게 살거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의 하나로부터 배제되는 게 아니라 법 앞에서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며 “결혼은 수천 년간 문명사회에 존재했던 제도이지만 과거가 현재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이어 “결혼의 지속적 결합을 통해 두 사람은 함께 친밀감이나 영성과 같은 자유를 찾을 수 있다”면서 “이는 성적 취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결혼이 이성 부부가 낳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 “각 주가 게이와 레즈비언이 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들 역시 안정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배격했다.

앞서 케네디 대법원은 2013년 연방정부가 부부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동성 커플은 받지 못하도록 한 결혼보호법(DOMA·1996년) 위헌 결정문도 직접 썼다.

그는 “결혼보호법은 동성 커플들이 양육하는 수십만 명의 자녀들에게 굴욕감을 주며, 사회의 시선 속에서 어떤 종류의 결혼을 비하한다”고 지적해 추후 하급법원들이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놓는 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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