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22·미국)가 올해 열린 남자골프 두 메이저대회를 연속 석권했다. 2013년 여자골프 첫 3개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박인비(KB금융그룹)를 연상시키는 ‘위업’이다.
스피스는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를 대회 최소타 타이로 제패한 데 이어 US오픈 타이틀까지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라이벌’로 자리를 굳혔다. 세계랭킹 2위 스피스는 이 우승으로 랭킹 1위에 오르지 못하지만, 매킬로이와 평점차를 1.72점으로 좁히면서 1위 자리를 넘보게 됐다.
한 시즌에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잇따라 우승한 선수는 크레이그 우드(1941년), 벤 호건(1951, 1953년), 아놀드 파머(1960년), 잭 니클로스(1972년), 타이거 우즈(2002년)까지 다섯 명이 있었고 스피스는 여섯 번째 선수다. 스피스는 그 가운데 최연소 기록자가 됐다. 최근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지난해 매킬로이가 브리티시오픈과 USPGA챔피언십에서 달성했다.
이날 만 21세10개월25일을 맞은 스피스는 1922년 진 사라센 이후 최연소 메이저챔피언, 1923년 보비 존스 이후의 최연소 US오픈 우승자로 기록됐다.
스피스의 다음 목표는 다음달 열리는 브리티시오픈에 맞춰져 있다. 그가 브리티시오픈과 오는 8월 USPGA투어에서도 우승할 경우 1930년 보비 존스 이후 아무도 이루지 못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네 명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임한 스피스는 첫 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8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은 것을 전환점으로 후반들어 기세를 올렸다. 길이 270야드로 짧은 파4인 12번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1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스피스는 16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라인에서 버디를 잡고 2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17번홀(파3)에서는 위기가 닥쳤다. 티샷을 깊은 러프에 빠뜨린 후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스피스는 당황하지 않고 18번홀(파5)에서 이날 넷째 버디를 잡아내며 1타차 선두로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에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기다렸다.
강력한 도전자는 챔피언조의 존슨이었다. 전반에 2타를 줄이며 상승세를 탔던 존슨은 후반들어 타수를 잃고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스피스를 1타차로 추격한 존슨은 18번홀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다음날 ‘18홀 연장전’, 이글을 잡으면 우승컵이 기다리고 있었다.
존슨은 25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3.6m지점에 떨궈 큰 박수를 받았다. 그 퍼트를 넣으면 우승이었지만 볼은 홀을 비켜갔고, 90cm거리의 퍼트마저 홀 왼편으로 흘렀다.
존슨은 합계 4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메이저대회 우승문턱을 넘지 못했다.
존슨의 실수를 지켜본 스피스는 “내일 연장전을 생각했는데 나한테는 충격이었고 더스틴에게는 불운이었다”고 말했다.
애덤 스콧(호주)은 이날 올해 대회 최소타인 64타를 몰아친 끝에 합계 3언더파 277타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매킬로이는 최종일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였지만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는 합계 이븐파 280타로 제이슨 데이(호주) 등과 함께 9위를 기록했다. 그는 마스터스 단독 4위에 이어 올해 열린 두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이 대회에서만 여섯 차례 2위를 한 필 미켈슨(미국)은 합계 13오버파 293타로 커트를 통과한 75명 가운데 공동 64위에 머물렀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기회도 내년 이후 미뤘다. 한국(계) 선수 중 유일하게 커트를 통과한 케빈 나(타이틀리스트)는 합계 8오버파 288타로 공동 46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