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4대강 사업, 가뭄피해에 무용지물

2015-06-2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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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경제부 기자[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19~21일 전국적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단비가 내렸다.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작물만큼 속이 시커멓게 된 농업인과 관계 당국에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많은 수리시설이 있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4대강의 대형 보가 만들어졌는데도 가뭄만 들면 하늘만 쳐다보는 작금의 실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저수지 등 수리시설에서 77만2000ha의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이번에 내린 비가 모든 농작물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모자라지만 담수해서 다음에 비가 내릴 때까지 쓰기에는 충분한 양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수리시설은 노후화돼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전국 수리시설 7만여 곳 중 60%가량이 30년 이상 됐다. 이 가운데 저수지는 96%(1만6000곳)가 30년 이상 지났다. 50년 전에 만든 저수지도 71%(1만2000곳에 달한다. 이런 낡은 수리시설이 가뭄이나 홍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명박 정부가 치수(治水)를 한답시고 4대강 사업으로 대형 보를 만들고,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했지만 현재 가뭄 피해가 난 지역과는 동떨어져 있다. 전체 농지 중 4대강 보로 직접 혜택을 받는 곳은 거의없다.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연결수로가 없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뭄대책기구를 ‘가뭄 및 수급대책 상황실’로 확대하고 상황실장을 차관으로 격상했다. 배추·무 등 가뭄 피해가 큰 밭작물을 중심으로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다른 부처와 협업해 가뭄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저수율이 낮은 저수지의 준설에도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발 빠른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노후 수리시설을 방치하는 한 가뭄과 홍수피해는 반복될 것이다.

4대강 보에 가둬진 막대한 양의 물을 가뭄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피땀 흘려 가꾼 농작물이 가뭄에 말라죽고, 홍수에 휩쓸리는 고통을 더 이상 농업인들이 겪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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