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두고 모기업 포스코와 갈등을 빚어온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자진사퇴했다.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관련 문건이 유출된 지 20여 일 만이다.
전병일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의 분할 및 매각 검토는 이제 더이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정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항명, 내분, 해임 등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미래 지향적이며 대승적인 방향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한 끝에 이 자리를 물러나는 용단이 조속한 사태 수습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전 임직원이 합심해 그룹과 회사의 융합과 화합이 한층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 사장이 맡았던 대표이사직은 후임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임시로 최정우 부사장이 수행하게 된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향후 임시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임시 이사회를 통해 선임된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임명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정확한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이 자진사퇴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이유는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둘러싼 포스코와의 갈등이 1차적으로 봉합된 상황에 내홍을 수습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인터내셔널 핵심 자산인 미얀마 가스전의 매각을 검토했지만 전병일 사장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양 측의 갈등이 촉발됐다.
이에 포스코가 전 사장의 행동을 항명으로 받아들여 해임을 추진한다고 전해졌지만 이 역시도 전 사장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내홍은 확산됐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둘러싼 내부 잡음이 외부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다급하게 갈등 진화에 나섰다.
권오준 사장은 전 사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없던 일로 하기로 하고, 최측근이었던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이후 전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 및 임직원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경영현안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공식적인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일 사장의 자진사퇴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표면적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이번 사태로 권오준 회상의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이 크게 실추된 상황에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 동요를 잠재우면서 포스코 관계에서 탈 없는 인물을 수장 자리에 앉혀야 하는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1977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으로 입사한 전통 '대우맨'이다.
17년 동안 해외 영업 현장을 책임졌고, 성공한 '상사맨'으로서 입지를 다지며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덕장 (德將)'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그만큼 전 사장의 후임으로 오르게 될 수장의 부담감은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