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국내 20대 재벌은 2014년 말 기준 총자산 1783조2400억원 가운데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이 56조4200억원으로 3.16%를 차지했다. 전년 24조1700억원, 2.14%에 비해 각각 32조2500억원, 1.02%포인트 늘었다.
20대 재벌에 속한 계열사 수는 2014년 말 총 884곳으로 이 가운데 약 31%에 달하는 275곳이 부분 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총자산에서 자본잠식사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1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경우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대체로 신설 또는 비주력 계열사가 초기 투자를 일으키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2자릿수로 늘어나거나, 이런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기업집단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옛 동양그룹도 동양 사태에 앞서 수년 전부터 이런 징후를 나타냈다.
20대 재벌 가운데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난 곳은 총 9개로 현대차그룹 및 LG그룹, 롯데그룹, GS그룹, 한진그룹, 신세계그룹, LS그룹, 대림그룹, 부영그룹이 해당됐다.
한진그룹은 2014년 말 총 44개 계열사 가운데 16곳이 자본잠식 상태였다. 기업집단 총자산 38조3600억원 가운데 자본잠식사 자산은 9조800억원으로 약 24%를 차지했다. 1% 남짓에 머물렀던 전년 대비 20%포인트 넘게 증가한 것이다.
한진퍼시픽 및 한진해운경인터미널 2곳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주력 계열사인 한진해운도 자본잠식률이 40%에 육박하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이 주력사로 재무구조개선(워크아욱) 과정을 거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보면 이 비율이 약 49%에 달했지만, 59%를 기록한 1년 전보다 10%포인트 가량 개선됐다.
전체 17개 계열사 가운데 3곳이 부분 자본잠식을 기록했고, 총자산 13조4400억원 대비 자본잠식 자산은 6조5300억원에 이르렀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말 약 20%에 달하는 자본잠식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이를 해소했다.
현대상선이 주력사인 현대그룹도 2014년 말 총자산 29조3400억원 가운데 자본잠식사 자산이 8조800억원으로 약 28%에 달해 2자릿수를 상회했다. 총 20개 계열사 가운데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현대저축은행을 비롯한 8곳이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날 현대그룹은 3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구계획을 1년 6개월 만에 108% 초과 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본잠식은 누적 적자가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면서 자본금까지 까먹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밑돌면 부분 자본잠식이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완전(전액) 자본잠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