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10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북한과의 비즈니스와 금융'을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은 지난 20년간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금융이 번성했다"며 "이런 구조가 북한경제의 기본적 니즈를 감당하면서 태동기적 사적 경제를 떠오르게 해 북한 경제상황의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공적인 금융시스템은 시장으로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앙 집중적 경제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북한 금융시스템은 처음부터 규제 때문에 개개인에 재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적 경제 성장으로 국내외의 자금이체는 북한의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북한당국이 제공하고 있는 금융서비스가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북한 주민들과 기업가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아 북한 상인들의 이체는 대부업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의 사금융 시장이 이미 북한내 경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북한 사금융시장의 현황에 대해서는 "연 이자율이 50~60%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담보물은 오토바이, 냉장고, 집 등이며 채무 불이행의 경우 경찰과 정부관료가 동원되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김정은 체제가 내건 경제관리 조치에 힘입어 '돈주'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더욱 강화됐다"며 "김정은 정권은 공장 기업소마다 독립채산제에 기초한 경영자율권을 이들에게 부여 하는 등 생산물 제조와 판매, 심지어 대외 무역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실장은 이들 '돈주'가 "고리대금업을 비롯해 전당포 운영, 아파트 건설 등 다양한 이권 사업에 투자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발달이 돈주들과 이들을 비호하는 권력층을 형성했고, 이는 충성도와 출신 성분에 기반을 둔 계층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북한의 사금융 확산이 사회주의 금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변화가 아직은 제한적 수준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문 중국 옌볜(延邊)대 교수는 "종합적인 가격과 유통, 재정과 세수 및 금융 전반에 걸친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효과는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금융개혁 과제로 상업은행의 설립, 국내 현금카드 도입,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을 꼽았다.
가네쉬 타파 전 국제농업개발기금 아시아태평양분과 이코노미스트도 "북한 중앙은행이 대출 프로그램 운영의 전문성을 키우고 있으며 이것이 프로그램 확대를 가져오고 있다"며 "북한에 프로그램 실행 능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