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1993년에서 2013년까지 22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주식가격, 단기금리, 주식자본의 흐름, 채권자본의 흐름 등의 대내외 변수와 국제 유가, 변동성지수(VIX) 등 글로벌 변수를 활용해 8일 발표한 ‘글로벌 금융 경기 변동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 우리나라 자산시장과 자본유출입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 했을때 해외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보유는 줄이고 채권보유는 늘려 실제 해외자본유출이 크지 않았다”며, “미국 금리변동보다 국내 경기변화에 초점을 둔 금리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 미국 단기금리 상승에 따른 우리나라의 해외채권자본 유출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단기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의 채권자본은 순유입이 점차 증가했으며 주식자본은 순유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상승 이후에도 국내 경기변화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을 펼칠 여력은 충분하다는 의미”라며 “다만 미국 금리 인상 직후의 자본유출 압력이나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등은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비산유국이 산유국보다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미국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실질 GDP는 충격 초기 2~3년간 원래 성장 추세선보다 낮아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반면 △한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터키 등 비산유국들의 실질 GDP는 원래 성장 경로를 상회하는 혜택을 입었다.
김성훈 부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산유국이 더 큰 이득을 얻을 것이란 기존 상식과 상반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상승하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 에너지 사용량이 높은 기존 제품에 대한 교체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며 “이는 에너지 효율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한 생산과 투자를 자극해 단기적으로 내수와 수출을 확대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단기금리 상승과 국제유가 반등 충격이 실질 GDP, 인플레이션, 자본유출입 등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동일한 방향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미국기준금리 인상이 예기치 못하게 단행됐을 때, 국가유가가 동시에 반등되면 두 배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에 있어 국제유가의 흐름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한편 세계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수준을 나타내는 빅스지수(VIX: Volatility Index)가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GDP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스지수가 1%가 상승한 직후 우리나라 주식가격이 0.25% 가까이 떨어진데 이어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7월말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폭락해 최근까지도 완연한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2007년 8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빅스지수가 상승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또 빅스지수 상승에 따라 주식자본과 채권자본의 순유출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주식자본의 경우 6분기 이후 일부 자본이 회귀하는 추이를 나타낸 반면, 채권자본은 장기간 동일한 경로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