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증거 자료를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제공한 ‘내부고발자’ 찰스 척 블레이저(70·미국)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뿐만 아니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개최지 선정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았다”고 시인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외신은 “전 FIFA 집행위원 블레이저가 지난 2013년 11월 25일 미국 뉴욕 동부지법에서 열린 탈세 혐의 등에 관한 비공개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레이저는 “나를 포함한 FIFA 집행위원회 구성원들은 2004년 무렵부터 2011년까지 남아공의 2010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에 관해서도 뇌물을 받았다”고도 털어놨다. 이는 최근 기소된 잭 워너(72) 전 FIFA 부회장이 2010년 남아공을 월드컵 개최지로 지지하는 대가로 1000만달러(약 111억원)를 받았다는 비리 의혹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블레이저의 자백에 디어리 판사가 “검사들은 FIFA와 그 종사자, FIFA를 구성하는 관련 조직을 ‘RICO’라고 지칭한다며 ”RICO란 ‘협잡이 판치는 썩은 조직(Racketeering Influenced Corrupt Organization)’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재판기록에 담겼다.
공교롭게도 당시 재판에 출석한 검사는 FIFA 비리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로레타 린치 현 법무부 장관이다. 린치 장관을 비롯한 검사들은 블레이저에 대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청하는 등 수사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사무총장도 역임해 북중미 축구계의 실세로 통하는 블레이저는 북중미 국가들의 축구선수권대회인 ‘골드컵’ 중계방송 이권과 관련해 “1993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각종 뇌물과 뒷돈을 받았다”고 이 재판에서 인정했다.
블레이저는 지난 2011년 FBI가 체포와 협력 중에 선택하라는 압박을 받고 내부 고발자로 돌아섰다. 뇌물과 향응을 즐기고 중개금액의 10%씩 떼어가는 버릇 탓에 ‘미스터 텐프로(Mr.10%)’라는 별명까지 얻은 부패 축구인이 어쩔 수 없이 FBI의 ‘고급 정보원’으로 변신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