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대 배임' 혐의 강영원 전 사장 "최경환 지시 없었다"

2015-06-0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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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부실 인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영원(64) 전 석유공사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6시간 동안 조사한 후 귀가시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1일 오전 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2일 새벽 1시30분까지 조사했다.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최고경영자로 있던 2009년 캐나다의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 회사에 1조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사장은 이날 검찰청사를 나서면서 최 부총리의 관여 여부를 묻자 "(최경환 당시 장관이) 지시하신 적은 없다. 보고는 저희가 했다"고 말했다. 부실 인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를 하베스트 부실 인수의 배후로 지목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월 국정조사 등에서 "강 전 사장에게 인수를 지시한 바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검찰은 이날 강 전 회장을 상대로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 추진 과정을 자세히 캐물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을 상대로 NARL의 부실을 잘 알면서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인수 작업을 밀어붙인 이유가 무엇인지, 인수 결정은 어디까지 보고된 후 확정됐는지 등을 추궁했다.

석유공사의 NARL 인수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된 대표적 비리 의혹으로 꼽힌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인수합병 실적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하베스트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자문을 맡은 메릴린치는 날의 자산 가치를 주당 7.3달러였던 시장가격보다 높은 주당 9.61달러로 평가했고, 강 전 사장은 주당 10달러에 매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석유공사는 강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날을 1조3700억원(12억2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날의 적정 지분 가치를 약 1조원(9억4100만 달러)으로 평가, 3133억원(2억79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강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미국투자은행에 날을 1000여억원(9700만 달러)에 매각했으나 경영 사정 악화 등의 이유로 실제 회수한 금액은 329여억원(35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석유공사는 당시 하베스트와 회사규모는 비슷하고 재무구조는 양호한 콜롬비아 자원개발업체 '퍼시픽 루비알레스' 인수를 대안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NARL의 시장가치와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인수를 결정해 최대 1조3천억원대의 국고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사장은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 "정부 정책과 경제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며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이 근무한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NARL 인수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인수에 대해서는 메릴린치 본사가 여러 자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을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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