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중국의 5월 35일

2015-06-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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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톈안먼 사태가 올해로 26주년을 맞았다. [사진=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올해로 26주년이 됐다. 지난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지 말이다. 올해도 6월 4일을 앞두고 대륙 밖은 시끄럽다. 홍콩에서는 지난 달 31일 시민 3000여명이 거리로 나와 "중국 내 민주주의 쟁취"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에 앞서 서방국가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26년전 톈안먼 유혈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공개서한도 내놨다. 중화권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작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중국 대륙은 매년 6월 4일을 앞두고 당국의 철통 보안과 단속 탓에 조용하다. 베이징 심장부인 톈안먼 주변과 번화가에는 공안과 무장경찰이 배치됐다. 온라인상에서는 ‘六四(6월 4일)’을 치면 검색이 제한된다. 단속과 통제가 심한 탓이다.

중국 정부는 아예 '6월 4일'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1980년대말 중국에서 발생한 정치적 풍파”로 대체했다. 톈안먼 사태 진실을 추구하는 중국 유학생의 공개서한을 비난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 사설은 다음 날 즉각 삭제됐다. 중국 대륙에서 6월 4일은 마치 사라져 버린 듯하다

하지만 대신 중국엔 '5월 35일'이 생겨났다. 5월 31일에 4일을 더하면 6월 4일이다. 중국인들이 당국의 인터넷 검열을 피해 고안한 달력엔 없는 허구의 날이다. 독일 동화작가 에리히 캐스트너가 1931년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지난 해 6월 4일엔 중국 베이징 한 유력 일간지가 동화책 '5월35일'을  뜬금없이 소개하는 방법으로 톈안먼 사태를 기념해 화제가 됐다.

물론 지금은 5월 35일조차 당국의 검열 대상이 됐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제2, 제3의 5월 35일'을 만들어 추모할 것이다. 중국 현대 소설가 위화에 따르면 중국 대륙엔 금기어에 대한 반동을 뜻하는 '5월 35일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6월 4일은 중국 대륙에서 사라졌지만 그 날은 중국인의 역사 속 한 페이지로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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