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198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방영됐던 미국 NBC의 인기 드라마 ‘전격 Z작전’ 속의 자동차 ‘키트’는 고속 질주와 고공 점프 등 뛰어난 운전 실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도와줘 키트”라는 말 한 마디에 쏜살같이 달려와 악당을 물리쳐 비밀 정보요원인 주인공 마이클(데이비드 하셀호프)를 구해주던 인공지능 자동차였다.
◆ 자율주행 기술로 ‘교통안전’ 잡는다
자동차는 달리고 있다. 운전자는 당연히 핸들을 잡고 전방을 주시해야하지만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창밖의 풍경을 감상한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율주행차는 보행자가 나타나면 자동으로 감지해 정지한다. 또 사거리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인식하고 정지한 후에 출발한다. 앞 자동차의 속도를 감지해 필요할 경우 추월도 한다.
자율주행차는 목적지에 도착해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스마트 폰을 누르면 자동 주차된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무인 발렛파킹 기능 덕분이다. 주차 때문에 차를 끌고 나기가 무서운 초보 운전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은 ‘안전’에서 시작했다. 자동차 사고의 90%가 졸음운전, 전방 주시태만 등 운전자 과실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 기술로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 위해 글로벌 업체 ‘각축전’
자동차업계 분석에 따르면 2010년 394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스마트카 시장은 2019년 738억 달러로 연평균 7.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2035년에 자율주행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기술개발 및 양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자동차 강국인 독일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CES에서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를 공개했다. 아우디는 최고 시속 240㎞의 고속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성능카 RS7에 적용했다.
미국에서는 GM이 ‘슈퍼크루즈 시스템’을 2018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슈퍼크루즈 시스템은 고속도로에서 교통상황을 고려해 차량 간격과 속도를 자동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자율주행차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 때 고속도로를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세계에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요타는 2018년까지 안전거리 및 차선유지 기능 등 첨단고속운전지원시스템(AHDA)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닛산은 고속도로 자율주행차 출시 시기를 당초 2020년 말에서 2018년으로 2년 앞당길 가능성을 올해 3월 초 시사했다. 혼다는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이 모두 가능한 자율주행차 출시 계획으로 변경한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 우리나라는 어디쯤?… 2020년 상용화 목표
국토부는 최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자율주행차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범운행하고 2020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차간 거리 유지(ACCS), 차로 유지(LKAS), 긴급 자동 제동(AEBS) 등 핵심 기술은 상당 부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자율주행 핵심기술인 전장부품과 센서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핸들에서 손을 떼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달리는 ‘차선유지지원장치’, 사람 모형이 갑자기 나타나자 멈추는 ‘자동비상제동장치’는 2017년부터 자동차안전도 평가항목에 반영되며 안전성제어장치는 4.5t 초과 승합·화물차에 대해 조만간 의무화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은 운전자 지원 위주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며 “정부와 자동차 및 정보통신 업계가 모든 역량을 결집해 자율주행 핵심 부품과 기반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