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가구업계가 정작 연구개발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등 대부분 가구업들이 지난해 연구개발에 사용한 금액은 매출 대비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디자인 관련 연구비만 포함된 금액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연구개발 비용에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642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92% 성장했다. 하지만 연구개발비는 0.64%(3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사무가구 1위 업체인 퍼시스 역시 지난해 0.7%(15억), 에이스침대는 0.85%(14억원)만 투자했다.
가구업체의 연구개발비는 주로 디자인, 소재, 생산기술에 대한 연구에 쓰인다. 새로운 경향의 디자인 개발뿐 아니라 환경에 맞는 소재와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공정기술·인체공학 등에 대한 연구 등 우수한 가구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때문에 연구개발비 비중만 보면 국내 업체들은 자체 개발 없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홈퍼니싱 제품, 외국의 인기 사례 등에 기대어 매출 성장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보는 지금 당장 몸집 불리기는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이케아를 시작으로 해외 가구업체들이 잇따라 한국에 진출하고 홈퍼니싱 업체인 이랜드의 버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 등 국내 업체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자체 연구에 따른 성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 퍼시스 관계자는 "카탈로그 촬영, 홍보자료를 위해 만든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품질 테스트로 다시 한 번 이용하기 때문에 연구비가 아니라 홍보비로 분류된다"며 "외부적으로 보기에 소홀하게 비춰질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는 연구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샘의 경우 2013년까지 신문명디자인대학, 공모전 진행, 사이트 개발 등에 따른 운영비를 연구비에 포함하지 않아 2013년 매출액 대비 연구비는 0.27%(26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를 연구비로 분류해 2013년 16.83%(122억원), 2014년 15.98%(162억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