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4세 때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10년을 거주한 김고은은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며 계원예고에 진학했지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연극 무대에 선 후 진로를 연기로 바꿨다.
영화 ‘몬스터’(감독 황인호)는 김고은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하나뿐인 동생과 살고 있던 복순 역을 맡아, 화끈한 액션에 블랙 코미디가 가미된 연기로 시선을 모았다.
오는 29일 개봉될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제작 폴룩스픽쳐스)은 김고은에게 행운과도 같은 작품이다.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진 일영(김고은)이,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보스 엄마(김혜수)를 만나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김고은에게 ‘차이나타운’이 행운인 이유는 김혜수 때문이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김고은을 만나 ‘차이나타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혜수가 김고은을 극찬했다는 얘기에) 정말 감사하죠.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매우 행복했고, 감사한 시간들이었어요. 저에게는 기적과도 같았어요. 이렇게 데뷔한 것도 신기한데, 김혜수 선배님이 참여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신기했어요. ‘몬스터’ 때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 선배님을 꼽았는데 같이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죠. 되게 따뜻하신 분이세요. 연기하면서 감동했죠. 그래서 더 어리광을 부리고, 가서 안기고 그랬어요. 촬영장에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큰 의지가 됐죠. 돌이켜보면 감독님도 첫 작품이시고, 배우들도 다 어려 경험이 적으니까 힘들려면 힘든 현장일 수 있었는데 항상 즐겁게 만들어주셨어요. 선배님 덕분이죠. 감독님의 작은 디렉션 하나에도 경청하고 존중하시더라고요. 저도 액션 때문에 너덜너덜한 상태로 모니터링을 하러 가면 먼저 보시고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는데 정말 힘이 났죠. 이수경, 조현철 등 다른 배우들에게도 꼭 한마디를 해주시고 가셨어요. 특히 치도(고경표)는 자주 마주치지 못하는 역할이었는데도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데, 정말 신나는 기분, 말로 표현이 안됐어요.”
김고은이 맡은 ‘일영’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이다. 특히 차이나타운에서 ‘절대자’적인 존재인 ‘엄마’도 일영을 사랑한다. 엄마는 일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사람이다. 가족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는 일영에게 유일한 가족이다. 홍주(조현철)나 쏭(이수경)은 자신을 챙겨주는 일영에게 고맙고, 우곤(엄태구)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조현철은 서울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동문이다. ‘은교’로 데뷔하기 전 25분짜리 단편 ‘영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어 ‘차이나타운’에서도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김고은은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의 개봉을, ‘계춘할망’(감독 창감독)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작품 선택은 김고은의 ‘행복의 기준’과 통한다.
“요새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프지 말고요. 부모님을 포함해 지금 같이 사는 할머니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아프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는 게 행복하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봐줘야 행복한 것 같아요. 대중이 영화를 관람해줘서 행복할 수도 있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더 큰 행복인 것 같아요. 그 기간이 오래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