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본인의 반둥회의 연설문 초안을 중국측에 제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8일 미국 국빈방문을 앞둔 아베 총리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22일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 할 예정이었다. 일본은 회의 기간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해오고 있었지만 중국으로부터 확답을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본은 아베총리의 연설일 하루 전인 21일 연설문 초안을 중국측에 전달했고 중국측은 이를 받아보고는 22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 합의했다고 중국 관찰자망이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22일 한국시간 오후 7시께부터 25분 가량 회담했다. 두 정상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두번째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중국 측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열린 중일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회담에서도 통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요청에 응했다'(應約)는 표현을 재차 사용했다. 중국 매체들 역시 '일본 요청에 응해 중일정상회담 개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 밖에 아베 총리측은 중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22일로 예정됐던 한 각료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도 미루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 각료들은 23일 신사참배를 진행했다.
양국 정상은 짧은 회담에서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한 채 아무 소득없이 헤어졌지만, 만남 자체가 소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학 교수는 23일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만남은 중일대립이 완화됐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역사인식 차가 크고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갈등이 상존한 만큼 관계정상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중국 CCTV는 아베 총리를 만난 시 주석이 회담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만을 비췄고, 일부 매체는 이 장면에 '시진핑이 아베가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는 설명을 달았다.
중국의 역사학자 류허핑(劉和平)은 "일본은 이번 중일회담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중국은 마지막 순간에 회담에 동의하며 아베 총리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회담에서는 역사문제 이외에도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들이 대화 소재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