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CT 동향] (5) 급성장의 대가 치르는 구글, IT 기술 혁신 위축 우려 목소리도

2015-04-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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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사]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인터넷의 거인,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이 위기에 처했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EU로부터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 외에도 ‘구글세’, ‘잊혀질 권리’, ‘저작권문제’ 등 수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

IT 업계는 참신한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통해 경쟁이 촉진되는 측면이 있다. 구글이 법을 어겼다면 그 부분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도입된 규제가 오히려 IT업계를 위축시켜 경쟁을 저해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EU “구글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
EU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구글에 대해 독점행위를 금지한 ‘EU경쟁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유럽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0%에 달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아직 위반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EU경쟁법 위반이 확정되면 최대 60억 유로(약 7조원)라는 사상 초유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EU가 문제 삼은 것은 구글의 품목별 가격비교 서비스인 '구글쇼핑'이다. EU는 구글에서 물품을 검색할 때 우선적으로 '구글쇼핑' 제품을 표시해 경쟁업체를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호텔이나 항공기 정보를 검색해도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먼저 표시되는 점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은 구글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면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반박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구글 심사보고서에서 “구글이 경쟁사의 트래픽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사진=EU홈페이지]


◆ 구글,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 되나
EU 경쟁법 위반이 확정돼 시정명령이 내려질 경우 구글의 유럽 사업 전략은 대폭적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정명령 후 부과될 거액의 벌금 뿐 아니라, EU 규제당국과의 소송 등 관련 절차를 위해 많은 시간이 허비될 수 있다.

또 EU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규제당국도 구글 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구글은 이러한 각국 규제당국과의 갈등으로 서비스 개발이 지체되고,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PC전용 기본OS ‘윈도우’로 세계 점유율 90%를 차지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과거에 EU 규제당국과 한 차례 전쟁을 치른바 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미국 사법부로부터 독과점법 위반으로 제소당해 기나긴 재판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시대는 이미 PC에서 모바일로 이행된 상태였다. 이는 MS의 쇠퇴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국내 포털시장 80% 차지하는 네이버는?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네이버에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최근 대법원은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전체 매출에는 인터넷 광고 매출과 관련 없는 게임과 전자상거래 매출이 포함돼 있어 이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시장점유율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관련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정민하 네이버 정책협력실장은 “세계적 IT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추세와 맞지 않는 규제는 자칫 국내 ICT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해 국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는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70%이상인데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있어 책임부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17일 “시장점유율이 규제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면서 네이버에 대한 규제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보였다.

이번 구글 사태를 계기로 인터넷 검색이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인프라라는 ‘공공재’로 보는 당국과 민간 자율에 입각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용자를 이롭게 해야한다는 업계의 논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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