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전동차 구매, 철도차량 제작시장 독점 논란 촉발

2015-04-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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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폐합으로 유지한 독점체제 서울메트로가 문제삼아

저가 입찰사 낙찰자 선정, 자국 철도산업 보호방안 미약

[자료=이노근 의원실]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철도차량 제작사간 경쟁을 표방한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 구매 국제입찰이 추진되면서 국내 철도차량 제작 독점의 정당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발주처인 서울메트로 측은 경쟁 입찰을 통해 전동차를 비롯한 철도산업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철도업계는 기간산업인 철도 분야에서 독점은 보편적인 추세이며 무리한 경쟁 도입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20일 2호선 200량 구매 최종 낙찰자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현대로템과 우진산전까지 3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서울메트로는 량당 가격이 가장 낮은 10억5000만원을 써낸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줬다.

총 낙찰가는 2096억원으로 당초 서울메트로가 예상한 발주가격(2531억원)의 82.8% 수준이다. 서울메트로는 경쟁입찰을 통한 예산 절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추진할 노후 전동차 교체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999년 이후 독점 체제를 유지한 국내 전동차 구매 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하고 중견기업의 참여로 철도산업의 활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전동차 구매시장은 오랫동안 현대로템이 단독 응찰해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했다. 서울메트로는 2000년 이후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가 단독으로 응찰한 전동차 낙찰률이 통상 99% 이상이었다며 독점을 유지해온 현대로템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현재 철도차량 제작시장 독점 체제는 사실상 정부의 주도 아래 마련됐다는 게 철도업계의 전언이다. 현대로템은 1999년 7월 철도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빅딜로 현대정공·현대중공업·대우중공업 철도 사업 부문 통합해 출범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국내 유일 철도차량 제작업체 자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독점의 부당성을 따지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주요 철도차량 제작사는 1국 1사인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봄바르디어, 프랑스 알스톰, 독일 지멘스 등이 대표 철도차량 제작사다. 중국도 해외시장의 과다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북차집단과 남차집단의 합병을 결정했다. 알스톰의 경우 프랑스 정부가 21%의 지분을 인수해 금융 지원을 했고 봄바르디어는 캐나다 정부가 자금 및 채무 보증 등을 지원한다. 중국 역시 국영기업으로 관리한다.

국제입찰 방식에서도 자국 철도산업에 대한 보호 기준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 각국은 철도산업 보호정책에 따라 현지화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은 부품의 현지화 비율을 70%로 설정하고 합작법인을 의무화했다. 브라질의 현지제작 비율은 60%이고 이집트는 90%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이번 국제입찰 시 부품 국산화율을 이보다 낮은 30% 이상으로 지정했다. 입찰참여 대상은 GPA(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 가입국으로 제한해 미가입국인 중국 업체의 참여를 배제했지만 부품은 중국산을 사용하더라도 무방하다.

특히 지금까지 서울메트로가 전동차 구매 시 국제입찰을 진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해외업체 참가실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로도 일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잇단 지하철 사고 등이 발생함에 따라 ‘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노후 전동차 교체를 지속 추진한다. 2호선 전동차는 이번 200량 구매에 이어 2022년까지 620량을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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