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의 약력을 처음 받아본 순간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걸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어?'
박경서 원장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이면서 본업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다. 여기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 위원장이란 직함까지 걸고 있다.
학자이면서 오롯이 학자의 길만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변화를 일으키려하는 그의 노력을 한 페이지에 나오는 주요 경력만 보고서도 알 수 있었다.
박경서 원장은 "기업지배구조원 원장으로 온 지 1년 10개월이 지났다"면서 "학자가 연구하는 것을 토대로 제도 작업과 사회에 참여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드물고, 그만큼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기업 자료를 토대로 주총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주주들이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그만큼 박 원장이 하는 일들은 주주 편엔 가깝지만 기업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다.
박 원장은 "장하성 교수가 소액주주 운동을 할 때 옆에서 돕고 지켜보며 영향을 받았고, 김우창 교수 밑에 그 라인이 쭉 있다"면서 "고대 경영학과 학풍이 이상하게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를 꿰뚫어 보고 있는 만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지배구조상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사원기관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이고 기업지배구구조원 원장은 3년에 한 번꼴로 바뀐다.
박 원장은 "어떻게 보면 이 조직에서 나도 분명 낙하산"이라면서 "이 조직에 오는 수장이 지배구조에 대해 아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리스크를 극복하고 제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은 연구원들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일"이라면서 "시장에서 돈을 주고 연구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겠다고 하는 것만큼 인정을 받는다는 좋은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