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마포경찰서는 내연남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잠적한 김모(42·여)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월 9일 새벽 1시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에서 결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내연남 A(당시 36세)씨의 가슴을 한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께 유부남인 A씨를 소개받아 결혼을 전제로 2년간 교제했다. 그러나 A씨는 애초 약속과 달리 아내와 이혼하지 않은 채 김씨를 만났다.
사건 발생 직후 김씨는 경찰에 "A씨가 자살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그는 바로 잠적했다. 도피를 도운 이는 김씨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일란성 쌍둥이 여동생이었다.
은행 예금을 인출해 도피자금을 마련한 두 사람은 이전까지 쓰던 휴대전화를 비롯해 의료보험,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자신들의 행적을 노출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쓰지 않았다. 이들은 오로지 대포폰과 현금만 썼다고 경찰은 전했다.
심지어 김씨 자매는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얼굴까지 손을 봤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함께 받았다. 그렇잖아도 쌍둥이이어서 흡사한 외모는 시술을 통해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아졌다.
성형시술을 받거나 도피지에서 오피스텔을 임차할 때 모두 동생 이름을 쓰는 등 김씨는 말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동생 행세를 하며 살았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동생 명의로 도시가스와 유선방송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 주거지 인근 폐쇄회로(CC)TV 분석과 3일간의 잠복근무 끝에 김씨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의 도피를 도운 쌍둥이 여동생은 처벌받지 않는다. 형법상 범인이 친족이나 함께 사는 가족일 경우 해당 범인의 도주를 돕거나 숨겨주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친족 간 특례'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