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그리스가 처음으로 독일정부에 2787억 유로(약 330조 원)라는 구체적인 전쟁 배상금액을 제시했다고 CNN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그리스 재무차관은 전날인 6일 저녁 의회에서 “과거 나치 정권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를 점령해 피해를 입힌 대가로 독일 정부가 치러야 할 배상금 규모를 2787억 유로(약 330조 원)로 계산했다”고 보고했다.
앞서 수십년간 그리스 정부와 개별 시민들이 독일에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해 왔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공식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채무위기에 몰린 그리스 새 정부가 이 문제를 독일과의 구제금융 협상의 돌파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가 전쟁 배상 요구외에 부수적으로 ‘전범국’이라는 독일의 약점을 건드리며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구제금융 협상에 매달리고 있는 그리스 좌파 정부는 지난 1월 총선 직후부터 나치 배상금 문제를 거론하며 독일의 심기를 건드려왔다.
이에 독일 정부는 그리스가 배상금 문제를 거론할때마다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날을 세웠다.
독일 연방정부 ‘넘버 2’인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그리스의 이번 배상금 제시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하건대, 어리석은 소리(dumm)”라며 “이런 식의 주장은 그리스 안정화 진전에 단 한 치도 도움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 정부는 애초부터 국제법에 따라 이미 1960년에 1억1500만 마르크를 그리스에 지불했고 그것으로 배상 문제는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단락된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독일 반응에 그리스는 “충분하지 않다”며 “1960년대 지불된 배상금은 나치에 의한 희생자에 대한 것이었지, 그리스 국가 자체의 손해에 대한 배상금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따라 전쟁 배상금을 둘러싼 그리스와 독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