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케냐 정부의 만연한 부정·부패가 알샤바브 테러 위협을 키웠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케냐에서 테러 공격으로 300여 명이 숨졌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지난 4일 “나라 전체에 만연한 부패가 커다란 위협”이라며 “부패가 알샤바브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가리사 대학의 재학 중인 후세인 말람은 “이번 테러는 치안 부재와 정부 부패에 관한 문제며 새로울 것도 없다”면서 “정부는 안보 이슈를 심각하게 다뤄야 하는데 완전히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말람은 “공격이 있던 날 학교에 가지 말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자마자 총성이 울렸다”고 말했다.
케냐는 앞서 2013년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로 사망자 67명이 발생했고 이듬해 북부 만데라에서 알샤바브의 두 차례 공격에 비이슬람교도 64명이 살해되는 등 치안은 악화일로였다.
국제앰네스티(AI) 아프리카 연구원 압둘라히 할라크헤는 “알샤바브가 공격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고 정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며 “알샤바브는 2006년 이후 가장 쇠약해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말리아와 긴 국경선을 맞댄 케냐는 치안이 허술하다. 할라크에 연구원은 “알샤바브를 비롯해 그 누구라도 국경을 넘어올 수 있다”며 “케냐 경찰은 가장 부패한 정부관리임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달러만 쥐여주면 아무나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활동가인 보니페이스 므왕기는 “부패한 정부관리 덕에 알샤바브는 케냐를 자유럽게 넘나들며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케냐 국민은 “부패뿐만 아니라 테러 위협에 관한 신뢰할만한 정보가 입수돼도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동아프리카 분석가인 라시드 압디는 “케냐 북동부 지역 교육시설이 공격받을 것이란 정보가 있었는데도 비이슬람교도 학생이 많은 가리사 대학에 치안이 강화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번 가리사 테러가 있기 몇 주 전부터 케냐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알샤바브의 테러 공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발령했다.
최근 경찰 예비인력 선발 과정에서도 부정과 부패가 의심돼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케냐타 대통령은 이번 테러 발생 후 “추가 치안 인력이 필요하다”며 경찰청장에게 “경찰 예비인력 1만명을 즉시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활동가 므왕기는 “경찰직에 대졸자 수천 명이 응시했지만 정작 선발과정에서는 두뇌보다 근력을 중시해 문제가 있었다”며 “많은 사람이 근로환경이 열악한 경찰에 지원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근무지에서 얻게 될 뇌물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테러범 4명을 진압하는 데 최종 진압하기까지 10시간 걸려 경찰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긴 했는지 의문이다”고 부연했다.
케냐는 반부패운동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지난해 17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45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케냐 도덕반부패위원회(EACC)는 현직 장관 5명 등 각종 정부계약 과정에서 부패에 연루된 175명의 공직자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