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 하동·구례사람 다 모였다

2015-04-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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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국민가요 조영남의 ‘화개장터’ 가사처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의 화개장터에는 없는 것 말고 다 있었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헛개며 둥굴레·황기·당기·오미자 등 가짓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약재에다 봄 향기 물씬 묻어난 쑥이며 두릅·취나물·더덕 등 없는 게 없었다.

장터 곳곳에는 시루에서 연방 쪄 내 고물을 묻힌 쑥떡에다 섬진강의 명물 재첩국, 쌉싸름한 도토리묵, 더덕 튀김, 쑥 튀김, 두부, 꼬치, 국밥, 막걸리, 파전 등 먹거리도 풍성했다.

지난해 11월 말 화재로 4개월 만인 지난 3일 복원·개장한 화개장터는 그야말로 절정을 이룬 벚꽃과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인파로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2차선 국도를 타고 장터로 향하는 차량 행렬은 장사진을 이루며 거북 걸음을 무색하게 했으나 두근두근 설렌 마음을 누르지는 못했다.

하동 관문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시작된 연분홍빛 벚꽃터널이 화개장터에 이르는 19번 국도 100리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지루할 겨를이 없었다.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으며 두어 시간 차를 타고 구경 나온 화개장터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였지만 전국의 사투리가 뒤섞이고 물건을 흥정하는 입씨름으로 팔도장터를 방불케 했다.
 

[사진 제공=하동군]


화개장터는 이날 낮 3시 큰들의 풍물극을 시작으로 7080콘서트, 관광객과 함께하는 레크리에이션, 즉석노래방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마침내 오후 5시 역사적인 화개장터 복원 개장식이 열렸다.

개장식에는 윤상기 군수를 비롯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여상규 국회의원, 최구식 경남도 정무부지사, 가수 조영남, 김윤근 도의회 의장 및 도의원, 김봉학 군의회 의장 및 군의원, 황갑선 전국향우회장 및 지역별 향우회장, 임영주 광양부시장, 공대일 합천부군수, 하동지역 기관·단체장 등이 참석해 장터 복원을 축하했다.

국·도비, 군비 등 25억원이 투입된 화개장터는 한옥구조의 장옥 4동 38칸과 대장간 1동 1칸이 이번에 새로 지어져 장옥 38칸, 난전 38칸, 대장간 1칸 등 77칸으로 새 단장했다.

예기치 못한 화재로 하루아침에 생활의 터전을 잃은 장터 상인들도 그동안의 시름을 털고 새 장터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아 설렘과 기대로 가득찼다.

화개장터 개장식 후에는 장터 인근 옛 화개우체국 2층 건물을 리모델링한 또 하나의 명물 조영남 갤러리카페도 문을 열었다.

이곳 1층은 녹차와 커피 등을 판매하는 카페와 갤러리로 운영되고, 2층과 우체국 사택 자리인 별관은 갤러리로 꾸며져 조영남의 화투그림 등이 내걸려 관람객을 맞았다.
 

[사진 제공=하동군]


화개장터와 갤러리카페 개관식이 끝난 축제장은 장터 개장을 축하하는 조영남 콘서트로 절정에 이르렀다. 특히 조영남이 ‘화개장터’를 열창할 때는 행사장에 모인 모든 관광객이 합창을 하며 축제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축하공연의 열기는 축제 첫날 마지막 프로그램 불꽃놀이로 이어졌다. 각양각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함성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의 야간 경관조명 아래에서는 벚꽃을 비춘 환상적인 조명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려는 연인과 젊은이들의 사진 촬영이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화개장터 개장과 함께한 벚꽃축제는 다음 날 힐링밴드, B-BOY, 밸리댄스, 가수 예주·김수련·진국이·온희정·현진우·황혜림·김양이 출연한 벚꽃음악회로 이어졌다.

마지막 날에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아마추어급 가수들이 저마다의 노래 실력을 겨루는 벚꽃가요제가 열려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번 축제는 공식행사와 각종 공연 외에도 추억의 벚꽃 포토존, 녹차 시음회, 녹차떡 만들기, 녹차 비누 만들기, 압화공예, 천연염색, 페이스페인팅 같은 다양한 전시·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풍성함을 더했다.

창원에서 축제장을 찾은 노완호씨(52·반송동)는 "새로 복원된 화개장터가 종전보다 훨씬 깔끔하게 단장돼 보기 좋았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운 최치원의 시를 인용해 말했다던 ‘호리병 속의 별천지’가 과연 이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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