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00여명에 달하는 주얼리 산업종사자들이 한중 FTA재협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불평등 한중 FTA 때문에 주얼리 산업에 종사하는 30만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면, 기존의 일자리라도 지켜내야 할 것이다.
한중 FTA체결로 피해를 입는 업종은 섬유·악세사리·완구·주얼리 등 영세한 소상공인들이다. 어림잡아도 약 1백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질 참혹한 현실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나마 주얼리 산업은 사업자 단체가 구성돼 있어 억울함을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사업자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당수 업종의 소상공인들은 한중 FTA 체결로 인해 조만간 자신의 생업이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한 것조차 모르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주얼리 사업자 단체는 정부에 한중 FTA체결과 관련해 많은 요구를 했지만, 협상과정에서 이런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주력 주얼리 제품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8%의 관세를 즉시 철폐해야 하지만, 중국은 현행 35%의 관세율을 영구히 유지하는 것으로 가서명한 것이다. 대만의 주얼리 산업이 공동화된 것처럼, 조만간 우리나라의 주얼리 산업도 황폐화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찬란한 금속공예기술을 자랑해왔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신라시대의 금관이나 귀걸이를 보면 한민족의 혼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장인정신은 온전히 우리민족의 DNA속에 녹아 있어, 우리나라 주얼리 장인들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무려 15차례나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제는 기술의 명맥이 끊길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편, 다른 나라들은 주얼리 산업을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중점 육성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우리나라도 익산시에 귀금속공단을 세워 지원을 해왔고, 2007년도에는 정부 합동으로 귀금속·보석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은 이제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이렇게 조변석개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53개 대학에서 5500명의 대학생들이 주얼리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학업에 열중하고 있고, 직업전문학교를 포함해 매년 3000명 정도의 전문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다. 주얼리 산업자체가 붕괴되면,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대학들도 주얼리 전공분야를 없애야 할 것이다.
한편, 보석가공은 엄청난 끈기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주얼리 가공업에 종사하고 있다. 국제장애인 기능올림픽에서도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이 금메달을 4개나 따냈다. 이들도 이제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주얼리 산업 종사자들은 도대체 한중 FTA가 무엇이기에 극소수의 대기업과 농산물 보호 때문에 30만 주얼리 산업인력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냐고 절규를 하고 있다.
또한, 왜 정부는 축소되고 왜곡된 통계자료만을 신뢰하고, 주얼리 업계가 제출한 자료나 요구는 묵살하면서, 협상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개조차 하지 않느냐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망하고 난 다음에 저리대출 전환이나 전직 또는 전업지원 등의 FTA 피해 지원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회는 비준과정에서 이들의 절박한 요구를 겸허하게 수렴하고,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강력한 요구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