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케냐 경찰이 최근 '대학 인질극'을 벌인 테러범들의 나체 시신을 차량에 싣고 시내를 돌아다녔다고 AF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케냐 북동부 가리사 지역 경찰은 이날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 요원들의 시신 4구를 차량에 싣고 500m가량을 서행하면서 차량을 따르는 군중에게 범인들의 신원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신은 사망한지 이틀이 지나 부패한 상태였다.
이 같은 경찰의 ‘시신 카퍼레이드’로 인권침해 논란과 함께 오히려 테러리스트를 더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역 원로 압디 후세인은 “테러범이든 일반인이든 죽은 사람의 시신을 나체로 거리에 전시하는 일은 테러리스트들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 지역 다른 대학의 학생인 아흐메드 유수프는 “경찰이 테러를 미리 방지했어야 한다”며 “인간 존엄성을 지지하는 케냐에서 밝은 대낮에 시신을 전시하는 행위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측은 시신의 신원 확인을 요청하는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벤저민 옹옴베 경찰서장은 “시신들을 전시하려는 게 아니고 친지나 이웃 등 지인들의 신원 확인이 목적”이라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와 시신을 안치소로 돌려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알샤바브 무장대원들은 케냐 북동부 가리사 대학에 난입해 폭발물을 터뜨리고 무차별 총격을 가해 학생 142명 등 148명을 살해했다. 당시 무장대원 4명도 정부군에 사살됐으며 관련 용의자 5명이 3일 체포됐다.
한편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4일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언하고, 이번 공격과 추후 발생할지 모를 또 다른 공격에는 가장 가혹한 방법으로 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