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제사에 불참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자리를 지킨 범 현대가 일원들은 경직된 재계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나타냈다.
정 명예회장의 기일(3월 21일)에 앞선 지난 20일 정 명예회장이 생전에 머물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는 범 현대가가 모여 제사를 지냈다.
이 자리에는 장손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부인과 두 딸과 함께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후 6남 정몽준 전 의원과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7남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8남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등이 속속 입장했다.
고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 대신 장남 역할을 맡아온 2남 정몽구 회장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이 제사에 참석하지 않아 장손인 정의선 부회장이 제주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도 불참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위치한 선영을 참배한 후 중요한 일정이 따로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는 게 현대차그룹측의 전언이다. 그룹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제사는 공식일정이 아닌 가족 행사로 그룹에서도 참석 여부 등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 제사의 경우 범 현대가가 한 자리에 모이는 가족행사라는 점에서 정몽구 회장 불참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정몽구 회장은 고 정몽헌 현대아상 회장과 ‘왕자의 난’을 벌인 후 2003~2007년 제사에 불참했지만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특히 올해는 정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으로 제사에서 ‘탄생 100주기(11월 25일)’ 행사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근 정부와 검찰이 기업에 대해 사정 칼날을 겨누며 경직된 분위기에서 경제계 큰 인물이었던 고인을 기리는 것에 대한 고민이 일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평소 현안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작심하고 발언하는 정몽구 회장의 성향을 볼 때 관심이 집중된 이번 행사 참석이 조심스러웠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과거 제사에서 여러 차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며 발언하기도 했던 정몽준 전 의원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자취를 감췄다.
한편 정 명예회장의 선영 참배 및 추모 행사도 일부 현대가는 별도로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은 20일 울산 본사에서 추모식을 실시했다. 현정은 회장은 19일 현대그룹 임원들과 함께 선영을 다녀왔으며 정몽준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 임원들과 21일 선영을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