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챔피언스리그] 브리즈번 로어전 앞둔 수원 삼성 정대세, 아버지 이름으로 헌신을 새기다

2015-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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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정대세(31·수원)가 달라졌다. 16일 호주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만트라 호텔에서 만난 그는 겸손했다.

수원은 18일 브리즈번 로아(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정대세는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도움을 올리며 헌신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대세는 "2년 동안 내가 한 일을 모르고 하는 칭찬 같다"며 "그동안 나는 팀 워크를 해치는 쓰레기 같은 짓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지난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015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 정대세는 이날 후반 47분 염기훈(32)의 결승골을 도왔다. 수원은 2-1로 승리하며 기분 좋게 호주 원정을 올 수 있었다. 2013년 수원에 입단한 정대세는 첫 시즌에 10골(23경기)을 넣었다.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팀 내에서 욕심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대세는 "어려서부터 해외에서 뛰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일본에서도 수비는 안 하고 공격만 했다. 공격수는 골이 전부라 생각했다. 수원에 와서 첫 시즌에도 득점이외의 플레이는 대충했다. 그런데 한국 팬의 기대가 생각보다 커 부담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자기 성취 목표가 강했던 정대세는 결국 2014 시즌 무너졌다. 로저(30·브라질)와의 주전경쟁에서 밀려 교체로 뛰는 경우가 늘었다. 득점도 7골로 두 자릿 수를 넘지 못했다. 스스로 "사회 부적응자 같았다"고 운을 뗀 그는 "지난해 너무 굴욕적이었다. 내 축구에서 치욕적인 한해로 남아 있다"고 했다. 위기는 가족의 힘으로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태어난 아들 태주(1)가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기에서 못 뛰고 돌아가도 아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또 아기가 날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어이없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이제 자만하지 않는다. 언제 벤치로 밀릴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있다"고도 했다. 영리한 그는 바로 스타일을 바꿨다. ‘욕심을 버리겠다’던 시즌 전 약속을 지켰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와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도 팀을 위한 플레이다. 팀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했다.

골에 대한 집착은 공격수에게 양날의 검이다. 지금의 정대세를 있게 한 것도 '욕심'이다. 조선인 학교에서 축구를 한 정대세가 일본 J리그에 진출한 것도,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주전을 꿰차고 3시즌 연속(2007~2009) 두 자릿 수 득점을 한 것도 골에 대한 집념 덕분에 가능했다.

헌신과 욕심 사이에서 정대세는 "중심을 잘 잡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치카노 랩을 즐겨 듣는다. 미국으로 이주한 멕시코 사람들의 노래다. 자이니치(在日)인 자신과 치카노의 삶이 닮아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정대세는 "투 페이스란 노래가 있는데 우는 얼굴과 웃는 얼굴이 함께 있는 가면을 묘사했다. 가면은 울거나 웃지만 그 안에 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나 스스로 단단한 정신을 갖고 올 시즌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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