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습격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13일 김기종(55·구속)씨를 살인미수·외교사절폭행·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반미 감정을 품어온 김씨가 사전에 치밀히 범행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 특히 배후세력과 공범 여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은 김기종씨의의 범행동기를 분석하면서 그가 그간 벌여왔던 반미운동을 살펴봤다. 김기종씨는 키리졸브 훈련에 관해 거리 캠페인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중단을 주장해왔으며 지난 2일 훈련이 시작되자 범행을 결의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또 김기종씨는 미국 때문에 설날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됐고, 전쟁 훈련으로 남북관계가 나빠지고 있어 훈련 중단을 요구할 목적으로 행사에 참석했다고 진술했다.
김기종씨는 초청장을 받고 1주일 후 주최측에 전화로 참석 의사를 밝혔다. 범행 3일 전인 2일에는 국회도서관에 가서 사건 현장에 함께 가져간 '남북 대화 가로막는 전쟁 훈련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유인물을 만들었다.
이어 키리졸브 훈련 시작일인 2일 집에서 1시간 가량 리퍼트 대사의 블로그 등 대사 관련 자료와 '오바마 키(신장)', '키리졸브' 등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전날에는 형법도 검색한 정황이 확인됐다.
범행 당일인 5일 김기종씨는 자신의 뜻이 전달되지 않는 사태를 대비해 집에서 쓰던 25㎝짜리 과도와 커터칼을 주머니에 챙겨넣고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오전7시 36분 세종홀에 입장한 김기종씨는 약 4분만에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속목 등을 과도로 찔렀다.
6번 테이블에 앉았던 김기종씨는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가는 도중 5번 테이블에 있는 노모 교수의 가방에 준비한 유인물을 넣었다. 대사에게 돌진한 김기종씨는 칼로 대사의 얼굴과 팔 부위를 2회 이상 찔렀고, 현장의 참석자에 의해 제압된 뒤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살인미수 등의 혐의는 입증했지만 공범과 배후세력,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김씨의 방북 전력이나 이적단체인 범민련 남측본부 소속 단체 주최의 친북성향 집회에 참석한 점, 미군철수나 전쟁훈련 반대 등 평소 주장이 북한 주장과 같다는 점 등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중이다.
또 경찰은 김기종씨가 지난 1999년부터 2007까지 7차례 방북한 전력과 2011년 12월 김정일 분향소 설치 시도 행사에 참석한 점, 그동안 수차례 반미·친북 발언 활동을 해온 점 등을 주시하고 있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김기종씨는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와 우리마당통일마당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통일·반미 활동을 해왔다. 2013년 이후에도 한미연합 상륙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등 한미연합 훈련을 반대하며 북한과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김기종씨의 집 겸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 등 43점을 확보, 외부 감정을 의뢰해 지금까지 24건에 이적성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은 김기종씨에게 이적표현물 소지죄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조사과정에서도 '남한에 김일성만한 지도자 없다', '천안함 폭침 정부 발표는 믿을수 없다', '우리나라는 예속된 반 식민지사회이고 북한은 자주적인 정권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하는 등 김기종씨의 이적성에 의혹이 많은 상태다.
경찰은 또 김기종씨가 한국 정부를 지칭할 때 '남한 정부'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종씨는 이번 범행이 단독으로 이뤄졌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김기종씨가 행사 초청장을 받은 지난달 17일 이후 연락한 사람들을 살펴본 결과, 간첩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김모씨와 이적단체인 연방통추 핵심구성원 김모씨 등이 발견돼 범행 관련성을 확인 중이다.
아울러 김씨 명의의 금융계좌 6개와 디지털 저장매체 등 총 147점을 분석하고 있으며, 후원계좌 입금자·단체를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