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민선5기 지방자치가 시작된 2010년부터 무상복지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민선6기가 시작된 지난해부터는 무상보육과 기초노령 연금으로부터 시작된 복지문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중돼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0% 복지를 공여하는 보편적복지(universal welfare)와 국민 중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복지(selective welfare)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어 복지는 물론 교육비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복지혜택을 누리는 만큼 조세저항이 없고 행복지수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대학원 과정까지 전액 국비로 교육을 받고 있으니 반값등록금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95년 부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방자치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세법을 제대로 손질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적으로 시작된 지방자치는 지방분권이 이뤄지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대한 예속이 심화되고 있다. 늘어나는 복지비와 필수적인 경상경비 지출에 1년 예산의 대부분을 투입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줄은 안다. 하지만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허리가 없다는 표현이 과한 것이 아니다.
우리구(區)는 주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행사성경비를 삭감하고, 업무추진비와 사무관리비를 감액하고 볼펜 한 자루, 복사지 한 장도 아껴 쓰는 등 긴축예산을 편성해 효율적인 재정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 재건축, 재개발은 물론 굵직한 복지시설 건립도 민자유치로 진행 중이다. 장애인들의 복지와 재활을 돕는 전초기지가 될 글로컬(Glocal)타워의 건립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생계가 곤란한데도 법적요건을 갖추지 못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 틈새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동대문구 14개 동에서 동별 '희망복지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면서 지자체의 재정구조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예산을 부담할 수 없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동대문구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필요한 예산의 일부만을 편성했다. 동대문구의 기초연금 수령 대상이 65세 이상 노령연금 수령 대상 5만4000여 명의 54%에 해당하는 3만여 명에 이른다. 660억원에 달하는 기초연금 소요예산 중 재원 부담률에 따라 우리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연간 88억9000여 만원인데 이 중 32억7000만원만 편성한 것이다. 편성하지 못한 56억여 원을 마련할 방법이 요원하다.
우리는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안전과 도로보수 등 주민에게 제공해야 할 다른 서비스를 줄여가며 예산을 투입해 왔다. 작년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지방자치단체의 보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올해 기초연금 정책이 시행되면서 늘어나는 재정 부담으로 인한 복지디폴트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아직도 지역의 의사와 관계없이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국가업무를 해결하도록 강요받고 있어 지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성년을 맞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중앙정부와 함께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방자치를 이루기 위한 재정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급한 기초노령연금과 무상보육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라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을 터놓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라도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미래는 지방자치의 성패에 달려있고 지방자치의 발전 없이는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없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