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한국인으로 귀화해서 살고 싶어요."
호주 출신 외국 학생의 한국 사랑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출신의 피터 파넬(20). 그는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해양경찰학과 신입생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출신의 외국인 학생은 있었지만 하얀 피부색을 가진 호주 출신의 유학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한국 생활은 만 1년 정도. 제주대학교에서 6개월 어학연수, 부산대학교에서 3개월 어학연수, 그리고 한국해양대학교 국제교류원에서 3개월 어학연수를 마치고 올해 3월 정식으로 한국해양대에 입학했다. 외국인이지만 의사소통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한국생활은 제주에서 시작했지만 부산에 친한 친구가 있어 부산에 오게 됐어요."
피터 학생은 부산과의 인연을 한국 속담을 섞어가며 설명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한 번 놀라고, 속담을 적절하게 인용할 수 있는 표현력에 두 번 놀랐다.
"한국과의 인연이요? 호주에서 대학을 다닐 때 여름방학을 이용해 일주일 정도 한국 여행을 했어요. 그때 부산과 대구를 둘러보며 한국의 멋진 모습과 한국인의 정에 반했지요."
한국과의 인연이 고작 일주일 여행 때문일까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또 다른 인연은 없는지 물었다.
"사실 이보다 먼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건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일 거예요. 호주에는 한국교민과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방문하는 한국인 유학생이 많은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한국인과의 만남이 많아 낯설지 않았어요. 12살 무렵 한국어를 독학하기 시작했고, 그 후론 6~7년 정도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들과 만나면서 한국말이 늘었던 것 같아요."
피터 학생의 한국과의 인연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호주에서 한국인들과 어울리다 보니 한국을 동경하게 된 셈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유학하는 이유는 무얼까?
"한국을 사랑하니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들었어요. 여건이 주어지면 한국인으로 귀화해서 평생을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피터 학생의 계속되는 한국 예찬은 유학과 직업에 이어 귀화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직업과 귀화 문제를 묻지도 않았는데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한국을 사랑하는 깊이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한국해양대, 그것도 해양경찰학과를 지원하게 됐을까?
"어려서부터 경찰과 군대에 관심이 많았어요. 실제 친형은 호주에서 경찰로 근무하고 있죠. 그래서 유학을 결심한 후 인터넷(위키백과)에서 이 3가지(한국과 경찰, 그리고 바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대학을 찾았는데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가 유일하잖아요. 이때부터 저의 목표를 향해 별다른 고민 없이 입학을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자마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곧 이어 해경이 해체되는 슬픈 현실을 접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해경 자체의 고유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세월호 참사로 전문가들의 영역이 더 늘어나게 됐다면서 오히려 진로가 더 넓어졌다는, 제법 어른스러운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해 입학원서를 낸 대학을 묻자 부산대, 동의대, 한국해양대 3곳이라고 답했다. 3곳 모두 합격했고, 한국해양대학교를 최종 선택했다.
피터는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참고 인내해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고 싶어요"라고 소박한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호주·한국장학재단의 후원으로 수업료를 전액 지원받고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