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안상현의 축구인생은 8할이 시련이었다. 프로 2년차였던 2004시즌만 해도 축구계는 그를 주목했다. 그런데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06년까지 3경기에서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2007년 세뇰 귀네슈(터키)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출전시간을 늘려가는 듯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압다. 무릎과 팔을 연이어 다치면서 한없이 추락했다. 2009년 경남FC로 이적했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구에 몸담았지만 빛을 보지 못하면서 ‘그저 그런’ 선수에 머물렀다.
그래도 안상현은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추억한다. 올해 초 대전으로 이적해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 합류한 그는 “한때는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해 마음이 아팠지만 미련은 없다. 과거도, 지금도 즐겁다”고 밝혔다. 다만 절실하게 생활하지 못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프라이드가 강했다. 절실함이 부족했다.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고 고백했다.
축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곳에 힘을 쏟기도 했다. 오토바이와 여행에 빠져 지냈다. 그 시절을 그는 “내려놓았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자포자기했다. 너무 삶을 다이내믹하게 보냈다. 날 기다려준 분들에 대한 미안함이 항상 남아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답은 ‘헌신’이다. 그는 2013년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 유경렬(37·천안시청 플레잉코치)의 마지막 뒷모습을 떠올렸다. 챌린지 강등이 확정된 뒤 라커룸으로 향하던 선배의 어깨는 무척이나 초라했다. 그날을 기억하며 눈시울을 붉힌 안상현은 “스타는 아니었어도 늘 묵묵히 최선의 인생을 살아온 형이 프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걸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좀 더 뛰었다면, 진작 헌신했다면 아름답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왔을 텐데,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된다. 올해는 똑같은 느낌으로 시즌을 끝내지 않겠다. 기필코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후회 없는 2015시즌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