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똥이 한국에도 튀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등 서방국들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는 등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번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여부에 따라 서방국들이나 러시아 중 어느 한쪽과는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러시아 전략연구소와 국민대 유라시아 연구소는 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한-러 관계와 양국 협력 전망' 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러시아 전략연구소 소장 레오니트 레셰트니코프는 “러시아는 박근혜 대통령의 5월 방러를 기대하고 있고 이 방문이 성사되면 양국 관계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려는 미국 등의 세력이 우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동북아 지역과 국제무대에서 스스로의 정치·지정학적 지위를 제대로 못 느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주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방러는 이 분야에서 한국의 독자적 행동 주체로서의 지위를 한층 강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차대전 승전 기념행사는 러시아 국민 모두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매우 중요한 행사로 이런 행사에 한국 지도자가 온다면 한국이 러시아의 진정한 파트너이자 친구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만일 불참하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아 고조된 두 나라 사이의 우호적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연구소 뱌체슬라프 홀로트코프 경제연구센터 팀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승전 기념행사 참석 여부는 한국 대외정책의 독립성과 독자성,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의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서방의 대러 제재가 추진되고 있는 현 시점이 어찌 보면 한국이 러시아에 진출할 유리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중국 간 가스공급 사업의 하청업체, 장비 및 기술 공급자 등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홀로트코프 팀장은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대응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수입대체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지역 정부들의 위기대응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의 알렉산드르 제빈 한국학 센터 소장은 “한국이 미국의 외교적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에 오지 않고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 시스템 '사드(THAAD)'가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정태익 한국외교협회장(전 주러 대사)은 “한국이 아직도 냉전적 질서 속에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해”라며 “미국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대러 제재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