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한지 무려 15개월이 지나서야 청구인에게 검사결과를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에 대한 제제 결과를 공식 발표한지 약 1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무엇보다 청구인에게 송달된 검사결과에는 이미 발표된 위반사항, 제재조치, 개선요구 등의 내용만 담겼을 뿐 정작 제도 도입 취지라고 할 수 있는 피해자 보상 및 구제 방안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에 따라 국민검사청구 제도에 대한 무용론이 다시 제기되는 것은 물론 제도 자체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전결'된 것으로, 금감원이 2013년 10월 15일 동양사태에 대해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지 약 1년 3개월만에 청구인에게 결과가 통보된 것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달 28일 유안타증권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문서는 표지를 제외한 총 20쪽 분량이며, 제재조치 내용 및 개선요구 사항 등이 기술됐다. 기관에 대한 제재조치는 △업무의 일부정지 1월 △과태료 3억5000만원 △경영유의 7건 △개선 8건 등으로 이미 지난달 말 금감원이 발표한 내용들이다.
임직원 제재는 △해임요구 상당 3명 △정직 1명 △감봉 16명 △견책 1명 △주의 1명 △과태료 3750만원 1명 △과태료 2500만원 3명 △조치의뢰 8건 등이다. 이밖에 개선요구 사항들이 기술됐다.
조남희 대표는 "증권사의 위반 사항, 제재조치 내용 등 이미 알려진 내용만 담겼을 뿐 피해자 보상 및 구제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진행되던 검사와 차별화된 것은 없어 보인다"며 "철저한 준비 없이 적은 인력으로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려다 보니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미 금융사의 △CD금리 담합 의혹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국민검사청구를 기각한 바 있어 제도 무용론이 거세게 제기됐었다. 더구나 국민검사청구제를 도입한 최수현 전 금감원장마저 지난해 말 퇴임하면서 제도 자체가 유야무야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 쇄신 방안'을 놓고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검사청구제 개선방안 등을 묻는 질문에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검사청구제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해 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금융사에 대한 관행적인 종합검사를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게 진 원장의 계획인 만큼 국민검사청구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심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검사청구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그렇다고 제도 자체가 폐지돼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조 대표는 "국민검사청구제 자체는 필요한 제도로, 얼렁뚱땅 폐지돼선 안된다"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