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언론 외압' 발언 등으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 처리에 험로가 예상되면서 청와대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통과 전망과 관련해 "인준절차가 원만하게 빨리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박근혜정부는 김용준·안대희·문창극에 이어 네 번째 총리 후보자낙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12일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 이후 총리의 장관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소폭 개각을 단행하고, 청와대 조직 개편도 해나가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설 민심을 고려해 이번 주 또는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개각과 함께 김기춘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인적쇄신을 마무리짓고 심기일전해 집권3년차 국정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총리 임명 동의안 본회의 처리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청와대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설상가상 이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집권3년차에 불과한 박근혜정부는 국정동력을 상실한 채 ‘식물정부’로 전락하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경제혁신3개년계획, 공무원연금개혁 등 공공부문의 개혁과 비정상화의 정상화, 규제 혁파와 같은 핵심 국정과제는 줄줄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의혹 백화점’으로 불리는 이 후보자를 비롯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역시 과거 전력이 논란거리가 되면서 청와대의 ‘부실검증’ 문제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잇따른 인사 실패에 따른 ‘인사 트라우마’는 집권 내내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상처 입은 총리'라는 딱지가 붙어 총리직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을 지에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많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후보자 인준 반대나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게 된다면 원내 과반을 점유한 새누리당은 설 명절 전에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반쪽 총리’를 강행한 정치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되면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완구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현재 사면초가다. 당장 ‘밥상민심’으로 불리는 설 연휴 민심이 고비다.
만약 여야 간 이견으로 법정 시한인 오는 14일까지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 박 대통령은 다음날인 15일부터 열흘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경과 보고서를 보내줄 것을 국회에 재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설 연휴 이후로 임명동의안 표결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여당은 설 민심을 살피면서 여론전을 지속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