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기연 기자 = 분신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양주 마트 화재' 사망자의 사연이 밝혀졌다.
3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모(50·사망)씨의 남편 이씨는 10여년 전 수도권에 마트 대여섯 곳을 운영하던 건실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2005년 사기를 당하면서 전 재산을 잃었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서 양주에 있는 상권 좋은 마트를 인수해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제안에 솔깃했던 부부는 지난해 12월 농민마트 사장 A씨를 만나 마트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전 재산 5000만원을 건네면서 5억 5000만원에 달하는 권리금 계약서를 썼다.
이씨는 "A씨가 금융기관에서 6억원을 대출받아 넘겨줄테니 돈을 벌어 천천히 갚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부부는 강일동 마트를 투자비용도 받지 않고 A씨의 친구에게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주기로 한 6억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A씨의 약속을 계약서에 적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불안해진 부부가 A씨에게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는 것이니 돌려줄 수 없다. 당신들을 소개해준 사람에게 수수료로 2000만원을 줬고, 나머지도 밀린 임대료로 다 써버렸다"며 주지 않았다.
결국 사건 당일 남편의 만류에도 양주 마트로 간 김씨는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A씨와 다툼을 벌였다. 다툼 후 A씨가 잠시 사무실을 비운 사이 문을 잠근 김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나 여기서 죽을테니 올 필요 없다"는 말을 한 후 자기 몸에 불을 질렀다.
특히 이씨는 "아내가 분신을 하기 전 전화로 'A씨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맞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유일한 증거가 담긴 CCTV가 모두 타버렸다"며 답답해했다.
한편, 유족들은 김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