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TV사업 철수 “중국에 백기투항”···삼성·LG의 미래는?

[사진=샤프 글로벌 홈페이지 자료 사진 ]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일본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사실상 텔레비전(TV) 사업에서 철수를 시작함에 따라 중국에 대응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향후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서는 한국, 중저가 분야에서는 중국의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온 일본 브랜드의 몰락은 예견돼 왔다. 그러나 주요 업체가 같은 시기에 동일한 조치를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개인용컴퓨터(PC)에 이어 일본 전자업체들이 마지막 자존심이라 여겼던 TV사업까지 철수를 시작해 중국의 인해전술과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취급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중국에 밀려 ‘브랜드’에 이어 TV개발권까지
일본 주요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샤프와 파나소닉, 도시바, 소니 등 4개사는 일제히 해외 TV공장 폐쇄는 물론 자체 개발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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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는 지난해 폴란드TV공장을 슬로바키아 UMC에 1억엔에 매각한데 이어 북미시장을 겨냥해 운영하던 멕시코 공장을 매각키로 했다. 샤프는 해외 TV생산업체에 ‘샤프’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라이센스 사업으로 전환한다. 파나소닉은 중국공장 가동 중지에 이어 멕시코 공장 매각을 추진한다. 도시바는 해외TV 개발·판매를 중단하고 3월부터 대만의 전자기기 수탁제조서비스(EMS)업체인 컴 펄에 ‘도시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한다. 지난해 TV사업을 분사시킨 소니는 최근 캐나다 내 14개의 판매점을 6~8주 내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소니의 이번 조치가 오프라인 판매 대신 온라인에 집중하기 위한 첫 시도로 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TV사업 철수는 심화된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샤프는 2015년 3월 분기에만 해외 TV시장에서 100억엔 이상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도 2014년 3월 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의 주범은 TV였다.

대형 평판TV의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경쟁 격화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이 일본 업체의 몰락을 일으킨 주범이다. 여기에 삼성과 LG를 견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왔던 일본 업체들은 이제 중국의 공세에 밀린 형국이다.

◆소니의 온라인 마케팅 확대에 주목
물론 완전 철수는 아니다 외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오래가진 못할 듯하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국과 대만업체들도 제품 개발·생산에 있어서는 일본 업체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은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당초 나이키와 애플처럼 제품 디자인과 설계는 본사에서 하고, 생산은 외주로 넘길 것이라던 예상을 뛰어넘어 EMS 방식을 통해 TV의 개발·생산 권한까지 넘겼다. 이는 자국내 공장의 높은 생산원가를 줄여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목적이다. 수년내 일본 내수시장에도 ‘이름만 샤프와 도시바인 중국·대만산TV’ 판매도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소니의 온라인 판매 위주로의 마케팅 정책 선회 성공 여부는 타 일본 업체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TV와 같은 디스플레이 제품은 화질의 품질을 고객이 눈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프라인 마케팅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단이 매장 전시다. 이런 전통을 포기하고 소니는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관건은 이미 기반을 닦아 놓은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 대항해 소니가 어느 정도의 몫을 챙길 수 있는지 여부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판매경쟁이 더욱 치열하기 때문이다.

◆삼성·LG, 중국과의 양강 경쟁은 이제부터
전세계 TV시장 1, 2위에 올라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본 업체의 대거 철수로 이젠 중국업체와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갖고 있는 비교 우위의 경쟁력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프리미엄 제품 판매 이익을 바탕으로 중저가 제품군의 경우 중국 등 후발업체와의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1위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일본과 미국, 유럽업체들이 중국의 공세를 완충장치 역할을 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내세워 승자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한국과 중국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당장 획기적이라고 볼 순 없지만 중국 업체들은 TV시장에서도 선진국 소비자들의 눈을 만족시키는 수준까지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선진국에 유학을 다녀온 수많은 고급 인력들이 본토로 유입돼 이들이 경험한 노하우가 제품 개발에 반영되면서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업체의 철수로 TV시장에서 이제 한국과 중국의 양강 대결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이얼과 같은 대기업에 해외 브랜드를 생산·공급하는 EMS 업체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주문자상표부착(OEM)업체 등 중국의 모든 TV업체들의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양사는 중국의 추격을 이겨낼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