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도 수출이 늘지 않는 일본의 고민

2015-01-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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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를 견디지 못해 해외로 빠져나갔던 일본 기업들이 자국 내로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일본은행 홈페이지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아베노믹스 2년째를 맞은 일본의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엔이 하락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수출이 증가한다는 ‘J커브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이 하락하면서 가격을 인하할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가격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된 엔고를 견디지 못해 생산 거점을 전 세계로 분산해왔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반드시 일본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제3국에 판매할 경우 엔화와 무관하다.

이러한 일본 기업의 생존을 위한 생산체제 이전이 엔저 시대가 와도 수출이 증가하지 않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공장을 철수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 내수용이나 해외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물량 일부를 일본 내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5일 일본 1위 가전업체인 파나소닉(Panasonic)이 세탁기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 일부를 올 봄부터 순차적으로 일본 내 생산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논(Canon)은 2013년 42%였던 일본 내 생산 비율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혼다자동차(Honda)는 자난 10월 기업설명회에서 일본 생산 비율을 10~2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기업이 생산 거점을 일본으로 복귀시키는 이유는 엔화 약세로 완제품을 수입해 팔 경우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있다. 파나소닉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떨어질 경우 가전 부문에서 연간 18억 엔의 이익이 줄어든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달러당 120엔 이상으로 계속 떨어지면 대폭적인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본 정부는 해외로 나간 기업을 재유치하기 위해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높은 법인세율, 무역자유화 지연, 노동·환경 규제 등을 기업 경영환경을 억누르는 ‘6중고’로 지정하고 개혁을 추진 중에 있다.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엔저가 계속된 1996년 11월의 수출은 전년 대비 7.5%하락했으며, 2001년 12월의 엔화 약세 때도 전년 대비 6.4% 하락했다. 다나카 유리코 이코노미스트는 “단순한 가격 인하가 반드시 수요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업이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기업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브랜드의 힘’이라 분석했다. 가격을 인하해 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값싼 물건’만 파는 꼴이 된다고 지적하고, 브랜드의 힘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가격 유지가 필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도했다.

SMBC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은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제품을 팔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가격을 유지하면서 엔저 효과를 높이는 것을 일본 기업의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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