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완화 및 저금리로 대출 여력이 확대된 가운데 같은 지역 내 갈아타기나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조사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중대형 미분양은 1만3395가구로 전년 동월(2만4102가구) 대비 44.4% 감소했다. 이는 1만4000가구대였던 2005년 이후 10여년만에 최소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소형 미분양이 3만6989가구에서 2만6984가구로 27.0%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더 큰 감소폭이다.
중대형 미분양은 2002년 말에만 해도 5197가구로 전체(2만4923가구) 5분의 1에 불과했다. 주거여건과 시세 차익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더 넓은 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고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중대형 미분양 역시 급증세를 보였다.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말 중대형 미분양은 8만8381가구로 전체(16만5599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규 중대형 공급이 줄면서 수요자들은 기존에 적체된 물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대형 미분양은 2009년 12월 6만9612가구로 감소세 전환한 후 2010년 12월 5만4090가구, 2011년 12월 4만286가구, 2012년 12월 3만2313가구와 2013년 및 지난해까지 매년 만 단위 숫자를 바꾸며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청약시장에서도 중대형은 인기다. 지난달 창원에서는 '창원 꿈에그린'이 전용 100㎡과 110㎡가 1순위 당해지역 모집에서 각각 130.54대 1, 111.88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천안 백석3차 아이파크도 전용 99㎡가 역시 1순위에서 마감에 성공했다. 같은달 청약 접수를 받은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3차'는 전용 98㎡가 순위내 마감됐다.
실제 현장에서도 최근 들어 중대형 미분양 계약이 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 중대형 물량이 공급된 인천 청라지구의 경우 인천공항철도 청라역 개통 등 교통망 개선 등에 힘입어 미분양이 급속히 줄고 있다. 전체가 대형으로 구성돼 ‘청라 더샵 레이크파크’는 특별한 할인조건이 없어도 꾸준히 계약이 이뤄지면서 완판을 앞뒀다.
이 단지 분양 대행을 맡은 이삭디벨로퍼 김건우 본부장은 “청라에 살면서 만족도가 높은 중소형 아파트 입주민들이 보다 넓은 중대형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의 할인 분양 등 자구노력도 미분양 판매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올해 들어 서울 양천구에 분양하는 ‘신정뉴타운 롯데캐슬’ 일반분양분에 대해 계약금 1000만원에 계약이 가능하고 면적에 따라 최대 22% 할인을 적용했다. 전용 116·129㎡는 분양가 50%를 2년간 잔금유예를 적용했다.
이 단지 분양 담당자는 “최근 시작한 할인 마케팅으로 같은 단지 내에서 중형에서 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입주민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단순히 중소형 물량이 많다고 청약이 잘되는 것은 아니고 중대형이어도 입지가 우수하고 미래가치가 높으면 수요자가 몰린다”며 “가격과 입지 등을 꼼꼼히 따진 후 여력에 맞춰 아파트를 구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