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김승연, 빅딜 승자는?… 방산업 두고 명분·실리 엇갈려

2015-01-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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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창업주 ‘사업보국’ 간판의 명암

삼성 매각 4사 임직원이 상경 집회를 벌이는 모습. 방산 매각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사진=박현준 기자]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젊은 피 이재용과 관록의 김승연, 빅딜의 승자는 누가 될까.

삼성과 한화간 화학·방산 매각 빅딜을 두고 명분과 실리 양쪽으로 평가가 나뉜다.

명분에선 방위산업이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다. 삼성이 창업주의 사업보국 이념을 퇴색시킨 반면, 한화는 그 기치를 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리 면에선 삼성이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하는데 비해 한화는 적자를 보는 화학 계열사를 떠안아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이다.

다만, 김승연 한화 회장이 방위산업의 미래가치를 높게 점치고 있어 명분과 실리 둘 다 챙기게 될지 주목된다.

매각을 반대하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삼성 매각 4사 임직원은 지난 21일 상경집회를 열고 반대 성명서를 통해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삼성에서 나라에 보탬이 되겠다는 강한 자부심과 사업보국의 창업정신으로 열심히 일했다”며 “경영여건이 급속히 나빠져 견딜 수 없는 환경으로 어쩔 수 없이 단행된 사업조정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명분 뒤에 숨어 있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희생양으로 방산사업과 화학계열사를 선택한 현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위산업은 삼성과 한화 모두 창업정신인 사업보국의 성격이 짙다.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 직원들에게 방위산업을 두고 “너희들에게 돈 벌어 오라고 하지 않는다. 나라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하라”라는 유훈도 남겼다.

하지만 삼성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넘기며 방위산업에 손을 떼게 된다. 이에 대해 삼성탈레스 관계자는 “삼성에 입사하면 선대 회장의 어록을 배우는데 첫째가 사업보국”이라며 “이번 매각은 선대회장의 유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이 매각하는 화학·방위산업 계열사 중 화학사는 일부 적자를 보고 있지만 방산은 수익성이 낮아도 꾸준한 흑자를 거두고 있어 명분 없이 실리만 챙겼다는 지적도 있다.

화학사업도 비록 고전하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이 취임 후 직접 운영해온 사업 중 하나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매각을 반대하는 쪽에선 이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번 매각이 성사됐을지 의구심도 제기한다.

이와 달리 김승연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방산과 화학부분은 그룹 선대 회장님과 제가 취임 당시부터 열정을 쏟았던 사업으로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일류기업으로 키워달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는 시선도 있다. 매각 대상 중 적자를 보는 화학사업은 중국 자급력 확대로 회생 가능성이 낮고, 방산업도 내수시장에 국한된 한계를 보인다는 분석에서다.

한화는 그러나 방산업의 가치를 달리본다. 이번 빅딜이 한화가 먼저 방산 인수를 제안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삼성이 방산 매각을 조건으로 화학 계열사를 함께 인수해줄 것을 한화측에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한화는 방산 부문 하드웨어에 치우쳐 삼성 방산 계열사를 인수해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드론과 로봇 기술 등의 발전에 덩달아 방위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첨단기술이 융복합된 산업인 만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도 방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위한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시장은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률이 고정돼 절대 적자가 나지 않는다”며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진입하면 성공이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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