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서울 도심 초대형 개발사업에 중국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자금 조달 문제로 포기했던 사업에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면서 한동안 멈춰있던 개발 사업이 재개될 지 주목된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총사업비 2조4000억원대로 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 개발 프로젝트로 불렸던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에 중국 부동산 관련 그룹을 포함해 중국기업 2~3곳이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피해도 발생했는데 최근 우리은행이 피해액을 배상해주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16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파이시티 사업에 투자한 고객들에게 피해액을 배상해주기로 했다. 은행의 배상액 40%, 파이시티 부지매각에 따른 회수금액 30%, 기존 투자 회수금액 등을 모두 합치면 피해자들은 투자금액의 최대 80%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파이시티 부지의 공시지가는 약 6000억원 수준이며, 시세는 최소 75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선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약 7만9000㎡)보다도 넓은 파이시티 부지를 매입할 개발자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우리은행 등 채권단 측은 최근 국내 부동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파이시티 사업에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이 중국 부동산 관련 그룹을 포함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안내서(IM)을 작성해 배포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연말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DMC 부지에 들어서기로 했다가 추진이 중단됐던 서울라이트타워(133층·640m)에도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 뤼디그룹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뤼디그룹 측은 서울시와 투자의향서 체결 당시 "서울은 한류 열풍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한-중 FTA 체결, 위안화 국제허브 구축 등으로 양 국간 경제 교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DMC 투자를 계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최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부지 사업의 재개를 위해 기존 100층 이상이던 층수 제한을 50층~100층 이하에서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층수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층수제한이나 용도 변경 등을 포함한 공급조건 변경은 상암DMC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 업체 참여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참여를 저울질하는 업체들 대부분이 층수 제한 완화를 요구해 이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DMC자문위원회에 이같은 내용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는 한편 이르면 상반기 중 사업자 모집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가 층수 완화 입장을 내비친 것은 지난해 말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뤼디그룹이 투자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뤼디그룹이 투자의향서 체결 당시 층수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내놨다"면서 "입찰을 원할하게 진행하기 위해 층수 제한 완화를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