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펀치’에서는 하경이 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의 민낯을 낱낱이 파악하고 수사의 칼날을 이태준(조재현)을 비롯해 윤지숙으로 넓히는 내용이 전개되며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전 남편 박정환의 조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긴급체포 된 정환의 소지품을 통해 그의 뇌수술 실패와 그로 인한 시한부 삶을 비로소 알게 된 하경이 윤지숙의 꼬리자르기 지시로 이태준의 죄를 모두 떠안고 갈 정환을 상대로 바른 법집행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 그간 정도(正道)의 길만 걸었던 하경은 이날 전 남편에게 손을 뻗으며 “가르쳐줘. 정환 씨가 살아온 세상에선 이럴 때 어떡하는지”라는 말로 탄력적으로 펼칠 정의구현을 예고했다.
하경의 이 같은 변화를 이끈 건 청렴결백의 상징으로 여겨왔던 윤지숙의 만행을 모두 파악한 것 또한 큰 이유가 됐다. 정환의 집무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윤지숙이 아들의 병역비리수사 무마를 위해 7년 전 정환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으며, 이를 다시 들춰낸 이태준에 의해 약점이 제대로 잡혀버리고 말았다는 것. 결국 자기 허물을 감추기 위해 이태준과 손을 잡고 정환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사실에 하경은 자신이 수사해야 할 대상이 윤지숙임을 간파하고 선전포고에 나섰다.
정환과 하경의 ‘재겹합’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검찰개혁을 핑계로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가 지불을 남에게 떠넘기는 윤지숙과, 이태준을 비롯해 조강재(박혁권), 장민석(장현성) 등 자기 유익을 위해 남을 짓밟는 이들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낀 정환이 남은 2개월의 삶 동안 이들을 처벌할 것을 선언했기 때문. 공동의 목표를 갖게 된 정환과 하경은 이제 이태준과 윤지숙이라는 법의 제왕들을 향해 칼을 겨누며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절박함과 분노를 무기로 삼은 박정환·신하경과, 세상 풍파를 모두 이겨낸 노회한 능구렁이인 이태준·윤지숙의 대결이 예고됐다.
배우들의 명연기는 이날 이토록 뜨끈뜨끈 달아오른 ‘펀치’에 불을 지핀 원동력이다. 법에 정통한 근엄한 법무장관에서 약점이 들춰진 순간 신경질적인 민낯을 드러내며 폭발하고 만 윤지숙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연기한 최명길을 비롯해, 상대의 가장 약한 덜미를 잡아 노골적이면서도 위협적인 이빨을 드러낸 이태준 역의 조재현, 혼란 속에도 흔들림 없이 정의구현에 몸을 던지는 신하경을 연기한 김아중과, 시한부 절망 속 허무와 분노를 온몸으로 터뜨리며 극 전반을 지배한 박정환 역의 김래원 등 배우들의 명품 연기 향연은 ‘펀치’를 완성하는 화룡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