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국제유가 폭락으로 경제위기에 몰린 중남미 국가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에콰도르에 이어 유가폭락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에 통큰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 해외언론은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가 중국으로부터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자금을 제공받기로 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분야는 경제, 사회, 에너지, 석유 관련 프로젝트 등이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최대 차관 원조국이자 두 번째 석유 수출국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450억 달러를 지원했다. 지난 7월 중남미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은 석유공급에 대한 대가로 베네수엘라에 40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가 디폴트 위기에 처하자 이 40억 달러 규모 차관에 대한 대출한도도 연장해 주기로 했다.
베네수엘라는 대표적 산유국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타격을 입으면서 통화가치 급락과 높은 물가 상승률, 재정수입 감소 등으로 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등을 근거로 산출한 국가 디폴트 확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발생 확률은 8.17%로 우크라이나(20.53%), 그리스(17.17%)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앞서 중국은 에콰도르에 대해서도 53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 에콰도르는 이 차관을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에콰도르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국가 예산을 전년대비 4% 축소한 상태다.
이처럼 국제유가 폭락과 함께 경제위기에 처한 중남미 산유국들은 경제위기의 탈출구를 중국에서 찾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이번 방문은 국가 재정에 매우 중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너지 및 자금 조달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고 직접적으로 중국에 대해 경제원조 기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라틴아메리카-카리브공동체(CELAC) 소속 30여개 국가의 장관급 관료가 참석하는 제1회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 장관급 회의의 최대 관심사 또한 중국이 중남미 국가들을 위해 어떠한 돈보따리를 풀어낼까 하는 것이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에 나섰던 것처럼 중국이 경제적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에게 '제2의 마셜플랜'을 가동할 지 주목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중남미 국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견지하고 제3세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큰 전환점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중국이 새해부터 중남미 국가들과의 '밀착' 행보 강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