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 본점은 한국, 중국, 북한, 일본 8명 작가의 회령도자 100여점을 볼수 있는 '유약의 미학'전을 9일부터 펼친다.
회령 도자기의 특징은 유약의 빛이다. 백색이면서 오묘한 빛깔의 오색이 감돈다. 유약이 태토의 철분과 화합하여 따뜻하고 질박함이 매력으로 특히 유약의 흐름이 더욱더 돋보여 미적 아름다움을 전한다. 일찍이 함경북도 회령, 경성, 명천, 부령 일대에서 일본 규슈 '가라츠(唐津)' 지역으로 전파돼 오늘날 일본 도예에서 화려한 꽃을 피운 우리 전통 도자 기법이다. 오늘날 일본의 '카라츠 도자기'를 있게 한 뿌리다.
그동안 역사적 흐름에 의해 백자나 청자에 비해 국내에서는 별로 주목 받지 못했지만 최근 회령도자의 예술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는 한•일 양국 도예가들의 작품 교류활동으로 회령도자가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 회령도자는 어디서 언제 시작됐나
함경북도 회령會寧 지방을 중심으로 두만강 유역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질 좋은 점토가 다량 생산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점토를 활용하여 깊은 유약색과 개성 있는 형태를 가진 회령 도자기를 만들어 왔다. 회령도자는 분단 이후 남한에는 알려지지 않는 도자기 문화재가 되었지만 일제시대까지만 하여도 명성이 높았다.
회령도자가 생산되었던 함경북도 회령 지방은 한반도 최북단에 위치한다. 회령은 본래 고구려高句麗 땅이었으나 발해渤海가 건국된 후 발해영역에 속하다 12세기 여진족이 세운 중국의 금金에 편입되었다. 이후 조선초기 1434년 세종의 6진 개척으로 인하여 다시 우리의 영토로 들어왔다.
회령이 중국 금金에 속했던 시기, 금은 중국 하남성 우주禹州지방에 있는 균요를 지배하였다. 북송시대北宋時代부터 시작한 균요는 금과 원대까지 번성하였다.
균요 도자기의 가장 큰 특징은 풀과 대두, 나무뿌리 재를 이용하여 만든 도자기로 다른 도자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유색과 시유되지 않은 굽이 특징이다.
12세기 금이 균요를 지배하는 동안 그들의 도읍지 흑룡강성 회령부會寧府로 공급하여 왕실에서 사용하였다. 세력이 약화된 후, 금은 중원지방이던 하남 우현 지방에서 물러났고, 균요에 있던 도공들을 그들의 본거지 흑룡강성黑龙江省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 이후 균요계통의 도자기가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조선 회령에서 도자기를 만들다= 금의 근거지였던 흑룡강성은 회령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였다. 균요의 도공들은 질 좋은 점토와 풍부한 땔감이 많은 함경북도 회령 운두산 자락에 이주한 뒤 가마를 짓고 도자기를 생산하였으며, 이후 회령 도자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후 처음으로 지역명을 회령으로 사용하였다. 균요 계통의 회령 도자기는 민간공예품과 생활용기로 자리 잡았으며 도자기를 굽는 곳은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 명천明川과 경성鏡城지역에서도 가마가 자리를 잡아 도자기를 구웠다.
회령 도자기의 실용성은 한반도의 북부지방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일상용품으로 자리잡았다.
도자기의 특성은 굽에 유약을 시유하지 않는 점과 견고하다는 점이다. 이 특성은 한반도의 최북단 함경북도 추운 지역의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요구하는 것들과 맞아떨어졌다. 그 지역은 추운 날씨 때문에 도자기 그릇을 불 위에 바로 올려 사용해야 했다.
마침 회령 도자기는 고온(1,300℃정도)에서 구워 내화도가 높은 흙으로 제작하며 도자기의 밑바닥에 유약을 바르지 않기 때문에 불 위에서도 도자기가 깨지지 않는다는 장점 또한 있었다. 실용적인 회령도자는 지푸라기재 유약과 장석을 이용한 유색으로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며졌으며 항아리, 주전자, 접시, 그릇, 화병 등 다양하게 만들었다.
카라츠의 키시다케 지역의 가장 오래된 가마는 키타하타무라의 “호바시라帆柱” 이다. 이곳의 도자기는 고화도의 와라바이유라(지푸라기재 유약)을 사용하며, 키시다케 지역의 철분성분이 적은 사질이 섞인 고화도의 흙으로 굽는다.
2005년 여름 일본인들은 “호바시라”가마를 발굴하였는데 그 가마에서 조선의 함경북도 회령지역의 도자기와 매우 유사한 파편과 그릇이 발견되었다. 이는 일본 키시다케 지역으로 갔던 조선 도공의 도자기법 즉 회령도자 기법이 카라츠 지역으로 전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함경북도 회령, 명천, 경성지역에서 만들었던 기법중 일본 카라츠지역으로 전해진 도자기 기법은 2가지가 있는데, 마다라카라츠斑唐津와 조센카라츠朝鮮唐津이다.
마다라카라츠는 철분이 적은 고화도의 흙에 지푸라기재인 우유 빛의 유약을 시유하는 것이고, 조센카라츠는 철분이 섞인 고화도의 흙에 흑유를 먼저 시유하고 그 위에 우유빛의 유약을 시유하는 이중 시유법이다. 이때 도자기의 밑부분은 유약을 시유하지 않는데 이는 회령 도자기와 같은 기법이다.
또 이들은 기물의 형태를 만드는데 있어 물레를 이용한 성형이 아니라 조선의 옹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두들겨서 형태를 제작하였다. 이러한 도자기 제작기술은 일본 도자기 제작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일본 카라츠 지역이 손꼽히는 도자기 생산지로 명성을 높이는데 일조하였다.
■中・北・日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지다
회령 도자기가 조선과 일제시대까지도 남쪽지역에 주목 받지 못한 반면 일본인들에게는 인기 있다. 그 이유는 도자기가 형태에 구속되지 않고 화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약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시유되지 않은 도자기의 밑부분의 미적인 요소가 도자기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1941년 한국의 지순탁은 남쪽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회령 도자기를 재현한 도예가이다. 그는 함경북도 지역의 여러 가마를 방문하여 기술을 습득하고였다. 그러나 그가 만든 도자기는 애호가들에게 관심대상이 아니었으며, 어느 누구도 도자기를 높이 평가하지 않아 점차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1900년대 말경, 몇몇의 도예가와 애호가들은 카라츠 지역에 방문하였고 점차 회령 도자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이를 재현하는 도예가들 또한 생겼다. 그러나 국내에는 회령 도자기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회령 도자기의 제작기법을 일본을 통하여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20년 전 어느 도자기 애호가로부터 회령도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이 도자기 기법을 한국으로 전파하고자 하는 활동이 시작됐다. 울산지역에 가마를 짓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주변의 도예가들에게 회령 도자기 기법이 전파됐다. 2012년 초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카라츠 지역에서 도예가들과 작품을 준비하여 한일 회령도자전을 열었다. 이후 한국에서 회령도자 작가회인 “회령도자 문화사업회”를 구성하였고, 2013년 초 일본에서 카라츠시가 후원하고 카라츠내 도예가협회와 '회령도자 문화교류 조인식'을 했다.
■韓・中・北・日의 회령 도자전
이번 전시는 한국도예가로 회령 도자기 완성도가 높은 3명의 도예가와 중국 균요 2명의 대사도예가 그리고 일본에서 420년간 회령 도자기를 굽는 가문의 14대 나카자토 타로우에몬외 2명의 도예가가 출품하며 물리적으로 제한이 있는 북한 회령은 옛 회령 지역의 작품이 도예가를 대신하여 전시한다.
국내에 회령도자 발전에 이바지하고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김태인 구산갤러리 대표는 "회령도자는 정숙을 겸비한 소박함과,유약이 태토의 철분과 화합하여 따뜻하고 질박함을 주며,굽부분의 태토를 남겨둠으로 유약의 흐름이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 기법으로 미적 아름다움이 연출된 매우 격높은 도자기”라며 "이번 전시는 최고의 회령 도예가들이 회령 도자기의 진수를 보이며, 이번 전시를 통해 회령 도자기 문화교류와 도자문화 저변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2월 1일까지. (02)726-4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