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는 항공ㆍ운송업종이 저유가로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인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같은 수출주도 원가절감, 선진국 가계소비 증가에 따른 덕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덮어놓고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산업별 특성을 따져가며 유가하락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떨어지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유리하다. 신흥국에서도 공산품 수출국이 원자재 수출국보다 득을 볼 수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산업별로는 소비재가 에너지나 산업재, 소재 종목보다 유가하락으로 더 많은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하락이 본격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줄 시점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유가 영향이 6개월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며 2분기부터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미 4분기부터 순상품교역조건이 개선돼 이익률 개선으로 연결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순상품교역조건 지수가 1 상승하면 코스피 영업이익률은 0.2%포인트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유소비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2% 안팎에 머물렀던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유가하락이 곧 소비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4분기 평균 유가가 75 달러 수준으로 과거 10년 평균인 75 달러와 일치한다"며 "올해 유가가 50 달러 중반에서 안정화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소비는 0.5~0.7%포인트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석유를 사다가 쓰는 우리에게 유가하락이 나쁠 것은 없다"며 "그러나 저유가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경기를 누르는 힘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국내 증시를 받치는 힘도 약해 유가하락 효과가 희석돼 악재로 확대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가하락은 번번이 경기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악재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까지 겹치며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유가하락으로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업종도 있다. 정유나 조선, 건설업종이 대표적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주에 대해 "수주에서 상당 부분을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데 유가하락으로 해양 프로젝트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원유 가격이 천연액화가스(LNG)에도 영향을 미쳐 가스 프로젝트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수요감소로 떨어지고 있다면 석유ㆍ화학주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공급과잉이나 투기매물에 따른 것이라면 유가하락이 진정된 이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