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의 3분의 1가량을 남북관계에 할애하며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5월 러시아에서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치는 등 남북관계 해빙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남한 정부의 진정성을 전제로 고위급접촉뿐 아니라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제1위원장의 이번 육성 신년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 진전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표현법이 사용됐다.
그는 또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최고위급 회담은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남을 의제화한 셈이다.
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고위급 접촉과 부문별 회담을 재개하자고 언급한 만큼 앞으로 북한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다양한 대화를 제의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한 것을 두고 김정일 '3년 탈상' 이후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해 평화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한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업적으로 내세우고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뚫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작년보다 더 구체성 있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며 "북한이 올 한해 공세적으로 후속 대화제의를 해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올해가 광복 70주년이고 남북 양쪽 정권 모두 집권 3∼4년차를 맞아 남북관계에서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유연성 있는 태도를 통해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5월 러시아가 전승 70주년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을 초청해 놓은 것을 감안, 러시아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중국, 미국과의 관계 등 다른 데서도 발판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남북대화 재개는)현실을 직시한 일종의 실용노선"이라며 정부가 북측에 계속 요구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2월 설 연휴에 추진한다면 1월 초부터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교수는 "그렇다면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부터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고위급 회담을 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에 남북 정상을 동시 초청했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에서의 회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북한의 '역제안'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자신들이 과거 제안했던 고위급 접촉부터 하자고 한 것 같다"며 정부가 제안한 당국간 회담에 대한 화답보다는 '역제안'의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도 이날 북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며 남북대화를 강조한 것에 대해 "북한이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우리가 제안한 대화에 조속히 호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북한 신년사 관련 정부 입장'에서 "정부는 북한이 이번 신년사에서 전년도에 비해 남북관계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을 평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