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한국 농식품③] 사계절 빛깔과 향을 담은 한과 '세계인의 과자'로

2014-12-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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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월 한과수출 전년대비 920% 증가

강정과 차[사진=한국전통음식연구소]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 우리나라 전통 음식 중 하나인 한과가 중국인 입맛을 사로잡으며 수출 효자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려인삼과 고추장 등 인기 상품과 함께 중국 주력 수출품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한과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지난 8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한국에 방문할 때 구입한 농식품 중 하나가 한과였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 과자를 찾는 수요도 한 몫했다.
당시 펑 여사가 한과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비롯한 국내외 소비자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한과 수출은 45만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20% 급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펑리위안 여사가 방문한 후에 중국 SNS 웨이보 등에 관광객이 찍은 사진이 올라오면서 중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며 "펑 여사 방문 이후 한과를 비롯해 홍삼 등의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펑 여사가 구매한 한과는 대한민국 전통 과자다. 다양한 맛과 모양, 은은한 색과 향이 있는 한과는 세계 어느 나라의 과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과자'로 불린다. 본지는 최근 인기몰이 중인 한과의 역사와 유래, 종류와 특성 등을 조명한다. 

◇농경·불교 문화와 함께 시작한 한과

대한민국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과자를 '한과류(韓果類)'라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전통음식연구소·한국떡한과세계화협회에 따르면 본래는'생과(生果)'를 가공해 만든 과일의 대용품이라는 뜻에서 '조과류(造果類)', '과정류(果飣類)"라고 불렸고, 우리말로는 '과줄'이라고 한다. 과줄은 조과류(造果類)란 한자 표기에 대응하는 순 우리말이다.  

고문헌을 보면 '과즐', '과줄'이라고 표기하다가 외래과자와 구별하기 위해 ‘한과(韓果)’로 부르게 됐다. '과(果)'는 '삼국유사'의 가락국기 수로왕조에 처음 나오는데, 수로왕묘 제수에 '果'가 쓰였다고 기록돼 있다.

제사상에 올리는 ‘과(果)’는 본래 자연의 과일인다. 과일이 없는 계절에는 곡분으로 과일의 형태를 만들고 여기에 과수(果樹)의 가지를 꽂아서 제사상에 올렸다.

한과류는 농경문화의 발달과 불교의 육식 기피 문화를 배경으로 신라와 고려시대에 고도로 발달됐다. 이때 한과는 제례, 혼례, 연회 등에 필수로 오르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다식과 차[사진=윤순천한차림]


한과류는 삼국시대부터 기름과 꿀을 조미료로 사용했다. 이 재료들을 응용해 조과류(造果類)가 만들어진 것은 통일신라시대 이후로 예측된다. 한과류가 차에 곁들이는 음식으로 만들어지고 차를 마시는 풍속은 통일신라시대에 불교가 융성했기 때문이다. 또 차 마시는 풍속과 육식을 절제하는 풍습에 따라 채소음식과 곡류를 재료로 한 한과류가 발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신라의 후기에는 다과상(茶果床), 진다례(進茶禮), 다정(茶亭)모임 등이 형성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문헌의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확인할 수있다. 불교를 호국신앙으로 삼은 고려시대에는 한과류가 한층 더 성행하게 된 계기를 맞는다. 특히 '유밀과(油蜜果)'가 발달돼 불교행사인 연등회, 팔관회 등 크고 작은 행사에 고임상으로 쌓아 올려졌다.

'고려사' 형법금령에 따르면 '유밀과의 성행이 지나쳐서 곡물, 꿀, 기름 등을 허실함으로써 물가가 오르고 민생이 말이 아니어 유밀과의 사용을 금지하고 나무열매를 쓰라'고 기록돼 있다. 공민왕 2년(1353)에는 유밀과의 사용금지령까지 내렸다.

조선시대의 한과는 궁중을 비롯해 개인의 통과의례를 위한 상차림에 대표적인 음식으로 등장했다. 왕실을 중심으로 한 귀족과 반가에서 인기가 많았다. 궁중연회상에는 24가지의 한과류를 모두 1자 8치의 높이로 고여 올렸다. 이는 조선시대 한과류의 화려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맛 만큼 건강에도 좋은 한과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계절마다 명절과 절기가 있다. 그 절기에 맞춰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더불어 나누고 즐기며 살았다.

한과는 절기에 맞춰 먹는 절식으로 일상생활에서는 다과상과 기호식 등으로 혼례와 제례, 의례 등에 꼭 올리는 음식으로 그 쓰임새가 다양했다.

그러나 한과는 일제시대와 어두웠던 근, 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생활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의 발달, 대량생산되는 다양한 과자류, 서양의 빵·과자 등에 밀려 설자리를 잠시 잃은 것이다. 

채소과[사진=윤순천한차림]


최근에는 자연식과 건강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재료로 만든 한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한과는 ‘음식은 곧 약이 된다(약식동원(藥食同源) 또는 식즉약(食卽藥))'는 철학을 담고 있다. 제철에 나오는 음식재료로 그때그때 음식을 만들어 먹는것을 무병장수와 건강한 삶을 위한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과는 찹쌀, 쌀, 곡물가루, 과일류, 채소류, 견과류, 구근류, 꽃류 등의 식물성 자연 재료로 만든다. 또 살구씨, 복분자, 송화가루 등 한약재로 쓰이는 재료를 곁들인다. 색과 향은 계피, 치자, 지초, 오미자, 송화, 흑임자, 백련초 등의 천연 염료와 천연 향신료를 이용한다. 또 한과는 설탕과 화학첨가물 등으로 맛을 낸 서양과자와는 달리 설탕을 많이 쓰지 않아 열량이 높지 않다. 

◇ 오색찬란한 과자 한과…약과 등 종류만 254가지

한과는 맛뿐만 향기와 빛깔, 모양으로 계절의 멋과 정취를 빚어내는 음식이다.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고운 빛깔의 색과 은은한 향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오감을 즐겁게 한다.

꽃정과[사진=담양한과]


우리 조상들은 제철에 나오는 재료로 한과의 고운 빛깔을 만들어 냈다. 봄에는 진달래꽃과 배꽃, 여름에는 장미꽃, 가을에는 국화꽃·맨드라미꽃 등 때와 절기에 맞는 꽃 재료를 사용했다. 또 치자, 지초, 오미자, 백련초, 송화, 흑임자 등에서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등의 아름다운 색을 뽑아 냈다.

밤과 대추 등의 과실이나 열매를 통째로 익혀 자연 그대로의 모양을 살리고, 과실 본래의 모습으로도 빚어내면서 한과의 섬세한 멋을 만들어갔다. 

아울러 한과는 만드는 법이나 쓰는 재료에 따라 크게 유밀과류, 유과류, 다식류, 숙실과류, 정과류, 과편류, 엿강정류 등으로 분류한다.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된 한과류는 유밀과류 37종, 유과류 68종, 다식류 28종, 전과류 51종, 과편류 11종, 엿강정류 6종, 당류 53종 등 총 254종류였다. 

약과[사진=담양한과]


이가운데 유밀과류(油蜜果類)는 밀가루를 주재료로 기름과 꿀을 부재료로 섞고 반죽한 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지진 과자를 말한다. 유밀과는 한과 중 가장 대표적인 과자로 '약과'로 불려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사치스러운 고급과자로 꼽힌다.

약과는 그 명성이 중국에도 자자해 고려병(高麗餠)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고려시대에는 유밀과를 새, 붕어, 과실 등의 모양으로, 조선시대에는 모나게 썰거나 판에 찍어 국화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유자꽃강정[사진=도서출판질시루]


유과류(油果類)는 흔히 '강정'이라고도 부르는데 산자, 빈사과, 연사과 등이 이에 속한다.
강정은 바삭바삭하며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매력적이다. 강정은 고치처럼 생겼고, 속은 비어있는 게 특징이다. 겉은 흰깨, 검은깨, 흰콩가루, 검은콩가루를 꿀이나 조청으로 붙인다. 고물에 따라 깨강정, 계피강정, 잣강정, 송화강정 등으로 부른다. 

검정깨산자[사진=담양한과]


산자류는 강정 바탕을 네모나게 썰어 튀긴 것으로 밥풀산자, 세반산자, 매화산자, 연사과, 빈사과, 감사과 등이 있다. 고물에 따라 홍매화연사, 백매화연사, 백자연사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궁중의 잔칫상에도 이 삼색연사는 빠지지 않았다.

구선왕도고다식[사진=도서출판질시루]


다식류(茶食類)는 볶은 곡식의 가루나 송화가루를 꿀로 반죽해 다식판에 넣고 찍어낸 것이다. 다식은 원재료의 고유한 맛과 결착제로 쓰는 꿀의 단맛이 잘 조화된 것이 특징이다. 혼례상이나 회갑상, 제사상 등 의례상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다식의 특징은 다식을 찍어내는 다식판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양에 있다. 다식판에 인간의 복을 비는 문자와 꽃문양, 완자무늬 등의 전통문양 등을 새겨 넣어 다식의 멋스러움을 더한다.

다식은 재료에 따라 △쌀가루로 만든 쌀다식 △밀가루를 누릇하게 볶아서 만든 진말다식 △황률가루를 곱게 하여 만든 황률다식 △흰콩가루나 청태로 하여 쑥빛이 나는 콩다식 △검은깨를 볶아서 찧어 고운 체로 쳐서 만든 흑임자다식 △송화가루로 만든 송화다식 △녹두 녹말가루를 오미자 국물에 꿀을 섞어 반죽하여 만든 녹말다식 △여러 가지 곡물가루를 섞어 만든 잡과다식 등이 있다. 이외에도 해조류나 어류, 한약재를 이용한 파래다식, 북어다식, 용안육다식 등이 있다.

각색사과란[사진=도서출판질시루]


숙실과류(熟實果類) 과실이나 열매를 찌거나 삶아 꿀에 조린 것으로 초(炒)와 란(卵)으로 나뉜다. 초는 과실이나 열매를 통째로 익혀 형태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설탕에 조린 것으로 밤초와 대추초가 유명하다. 란은 과수의 열매를 삶은 뒤 으깨어 설탕이나 꿀에 조린 다음, 과실 본래의 형태와 비슷하게 빚은 것으로 생란, 율란, 조란 등이 있다.

한약재정과[사진=한국전통음식연구소]


정과류(正果類, 煎果類)는 비교적 수분이 적은 식물의 뿌리나 줄기, 열매를 살짝 데쳐 설탕물이나 꿀 또는 조청에 조린 것으로 전과(煎果)라고도 한다. 정과류는 연근정과, 생강정과, 행인정과, 동아정과, 수삼정과, 모과정과, 무정과, 귤정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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