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세계 헌법재판기관이 모인 권위 있는 회의체인 베니스 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결정문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을 번역해 베니스 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베니스 위원회는 지난 1990년 동유럽에 민주주의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됐다. 공식 명칭은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다. 유럽연합 47개국이 주축이고 한국도 정식 회원국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결정문 전문 번역 작업을 시작했지만 결정문 분량이 347쪽이나 돼 번역에만도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베니스 위원회가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부당하다”거나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등의 평가를 내린다면 그동안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한국의 위상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니스 위원회는 2009년 발간한 '정당 제도에 관한 실천 규약' 등에서 “정당해산심판 제도는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제 인권단체와 주요 외신들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비판하거나 우려하고 있는 등 국제사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로젠 라이프(Roseann Rife)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보면서 당국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지킬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정당해산은 엄청난 영향과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극도로 제한된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젠 라이프 조사국장은 “한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가장해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표현의 자유를 누릴 공간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당국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억누르고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는 개인을 기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젠 라이프 국장은 “결코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용해 다른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부를 가장 강하게 비판해 왔고, 당원 10만명인 한국 3위 규모의 정당”이라며 “한국에서 정당 강제해산은 1958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하면서 국내 정치인들을 ‘종북’으로 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한국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정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며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서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AP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한국 헌재가 북한 사상을 따른다는 혐의를 받아온 소규모 좌파 정당에 해산 결정을 내렸다”며 “헌재가 정당 해산 결정을 한 것은 1988년 헌재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헌재가 출범할 당시인 1980년대 말은 한국이 수십년 동안의 군부 독재 시대에 이어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로 접어들던 때였다”며 “한때 군부 독재를 겪은 한국에서 또다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온다는 비판과 함께 좌우 진영 사이의 정치적 대립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념과 북한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갈린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대립이 격렬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나왔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한국에서 정당이 강제적으로 해산되는 것은 1958년 조봉암 선생이 이끌던 진보당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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