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당시 여객기에서 내쫓긴 박창진 사무장이 17일 회사 측의 사건은폐 시도와 국토교통부의 부실한 수사에 대해 언급했다.
박 사무장은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직후 대한항공이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회사를 통해 국토부 조사 계획을 통보받았고, 조사 2시간 전 본사에서 답변에 대한 지침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국토부 조사 과정에 회사가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조사 과정에서도 박 사무장은 "처음에 임원진이 먼저 브리핑을 하고 임원이 '맞잖아', '이거지?'라고 물으면 예, 아니오로 답하는 식의 조사가 이뤄졌다"며 "제가 진술할 때에도 조사실 내부의 모든 얘기가 밖으로 들려 밖에 있던 임원진은 다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짓진술 요구에 대해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 간부는 그를 꾸준히 회유했다고 폭로했다.
조사를 마친 뒤에도 박 사무장은 당일 밤늦게까지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앞서 국토부에서 썼던 사실관계 확인서를 수정해야 했다.
그는 "국토부가 대한항공을 통해 (나에게)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고,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마치 초등학생이 선생님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 할 때처럼 10∼12회 정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강압적인 하기(비행기에서 내리는 것) 지시가 있었는지와 관련한 부분을 거의 다 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장은 수정한 보고서를 이튿날 회사의 지시대로 회사 메일계정을 통해 국토부 담당 조사관에게 재전송했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의 사과 쪽지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박 사무장이 공개한 쪽지에는 '직접 만나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쪽지는 수첩을 찢은 종이에 적혀 있었다.
국토부는 지난 15일 박 사무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그가 응하지 않아 불발됐다. 박 사무장은 이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조사라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에 재조사에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